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칼럼] 코로나19 유행으로 드러난 K-돌봄의 현실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7.8월호 2020. 7. 30. 13:10

    회원 홍종원(방문의료클리닉 건강의집의원 대표원장)

     

    * 본 원고는 지난 6월 23일 진행된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민관협력반 집담회 ‘지역사회의 코로나19 대응과 쟁점’ 발표 내용 원고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지역사회의 코로나19 대응

     

    코로나19 대응은 감염 질환 특성상 중앙 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삶의 자리로서 지역사회가 코로나19 대응을 특별히 했는지 의문이다. 지역사회 중심의 코로나19 대응은 가능했을까? 선제적인 지역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코로나19로 발생한 문제들을 완화할 수 있었을까? 대면 기반 공동체 모임을 중요시하는 지역사회의 작동방식은 방역의 기본 원리가 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와의 공존이 힘들었다. 하지만 방역의 차원을 넘어 생존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앞으로의 상황을 대비하려면 지역사회 중심의 대응이 시급히 요청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부터 배제된 이들을 찾고 안전한 거리 좁히기로 소외를 막는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건의료 측면에서 코로나19 대응과 돌봄의 위기

     

    보건의료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건지, 코로나19로 인한 전달체계의 붕괴로 사망한 건지,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건지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나타났다. 고열로 인해 병원을 찾았지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떠돌다 사망한 정유엽군1)의 사례가 최근 알려졌는데 비슷한 사례가 더 있으리라 예상된다. 요양원 어르신들과 재가 와상 환자들을 만나며 병원 내원과 입원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자주 들었다. 코로나19 예방에는 잘 대처한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치료 부분에 있어서는 결코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2). 코로나19의 치료에서도 다소 의아한 성적표이고, 코로나19 시기의 총체적인 질병 치료가 잘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공공보건기관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역할 전환을 신속히 했다. 대표적으로 보건소는 코로나19 선별진료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그러나 동시에 보건소의 다른 대면 업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전면 중단되었다. K-방역의 이면이라고 해야 할까? 보건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역사회 재활 사업을 통해서 지역에 살고 있는 장애인에게 방문 재활 서비스가 제공된다. 방문 재활뿐 아니라 방문 간호, 방문 진료, 방문 영양 등의 사업이 보건소에서 제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대체로 전면 중단 혹은 극도로 제한적인 서비스 제공을 하였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공공 서비스에 의지 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 분들에게 그 공백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복지관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던 양질의 식사가 중단되었다. 공공 체육시설에서 수영, 탁구, 배드민턴 등의 여가를 즐기던 장애인들은 서비스의 중단으로 칩거하였다. 비상시국이니 몇 주간(한 달 이내) 집에서 쉰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비상시국이 약 4개월에 접어들며 예외 상태가 일상이 되었다. 어떤 분들에게는 공공 서비스의 공백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담당자들은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이러한 예외 상태는 고스란히 미래의 건강 격차로 돌아올 것이다.

     

    한편, 방역 ‘몰빵’ 대응은 돌봄의 현실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일부 데이케어 센터의 폐쇄로 노인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중단은 생존의 위기이다.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서 돌봄이 중요하고 돌봄과 치료가 융합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간호사, 의사)들과 여러 돌봄 종사자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지역 주민 등과 폭넓게 관계 맺으며 치유하는 ‘과정’이 커뮤니티 케어다. 그런데 원격의료의 망령이 아른아른 거린다. 원격의료는 돌봄의 현실을 더 까발릴 것이다. 원격의료는 생의학적 관점에서 치료 중심의 효율적인 의료를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다. 원격의료는 이러한 지역사회 돌봄 논리를 산업적 효율의 논리로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생의학적 관점에서는 생명(인간)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저 죽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일까? 사실 이러한 논리 구조는 K-방역의 논리와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차단하고 막아주겠다. 하지만 그 덕분에 국민들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자기 방역의 주체로서 국가의 생명 통치에 참여해야 한다. 굉장히 무서운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자기 방역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취약 계층은 무시하려는 것인지. 방역은 중요하다. 의료인뿐 아니라 전 국민의 헌신으로 나름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다만 이러한 방역의 성과가 효율적 의료시스템의 개발과 산업의 부흥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폭발한 돌봄의 부재를 적극적으로 채워야 한다. 돌봄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대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역사회 재난대응 거버넌스로서 돌봄망(Network)의 발견

     

    개개인별로 코로나19에 취약한 정도는 다르다. 외국에 드나들고 이동이 활발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이 잦았던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야 한다. 하지만 이동에 제한이 있는 분들도 있다. 이들에겐 특별히 충분한 돌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돌봄 노동자의 이동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지켜야 할 이동이다. 물론 이동에는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이동에 신경써야 한다. 이것은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바이러스 접촉 및 전파 고위험군’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한편 기저질환으로 인한 ‘바이러스 질환의 고위험군’이 있다.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있고, 이동의 제한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은 낮지만 걸렸을 때 사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다. 요양원과 같은 ‘바이러스 질환의 고위험군’이 몰려서 지내고 있는 곳도 있다. 우리는 돌봄 시설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 분들의 돌봄을 담당하는 필수 인력을 보호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법은 위생을 지킬 수 있는 여유이다. 그들이 안전한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해야 하며, 무리하게 일하지 않도록 충분한 상병수당, 위험수당을 통한 고용의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더불어 사회를 지키는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주어야 한다. 돈을 써야 한다면 돌봄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쪽에 써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돌봄의 공백은 특별히 취약한 사람들에게만 발생하지 않았다. 칩거하고 있는 1인 독거 인구도 있다. 돌봄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했던 어린이집, 학교 등의 폐쇄는 부모들의 돌봄 부담을 가중 시켰다. 청년 공간의 폐쇄로 청년들도 갈 곳이 없다. 전 사회적 돌봄의 공백이 발생했다. 안전한 긴급 돌봄 공간과 그것을 지킬 인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 돌봄과 호혜의 공동체를 작동시켜야 한다. 그것이 현재로서는 비용이 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긴급 돌봄 지원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이 혜택은 다시 우리 모두에게, 지역사회에 돌아온다. 우리는 K-방역이 아니라 K-돌봄의 전면적 확장을 주장함으로써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정리하면 방역의 논리를 ‘돌봄의 위기’로 의제화하고, 돌봄의 현실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재난은 코로나19 이후 돌봄의 위기로 온다.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 위기는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주장해야 한다. 비대면 서비스가 아니라 대면 서비스, 원격의료가 아니라 방문의료, K-방역이 아니라 K-돌봄, 지역을 감싸는 돌봄망(Network) 만들기. 그런데 지역사회의 부족한 자원을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누가 할 것인가 걱정이다. 그래도 다른 길을 없다. 구체적 고민을 차근차근해나가는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1) ‘코로나 의료 공백 사망’ 18살 고교생 정유엽의 억울한 죽음, 한겨레21, 2020-05-29, “고열과 두통에도 코로나19 확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기에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은 정유엽의 죽음은 코로나19에만 모든 역량을 투입하느라 다른 질환자를 돌보지 못한 의료 공백의 문제를 보여준다는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7133.html

     

    2) ‘K의료’는 없다... 공공의료 복원 시작할 때, 한겨레21, 2020-05-30, “’K방역‘은 몰라도, 정말 ’K의료‘가 성공인가? 단순 수치로만 따져도 ’연령 표준화 치명률‘은 2.8%로 일본(1.6%), 포르투갈(2.2%), 독일(2.5%)보다 높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757.html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