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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글로벌 의약품 접근권 활동가 인터뷰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14호(2022.9) 2022. 8. 26. 10:40

     

     

    지난 6월 15~16일, 태국의 시민사회단체 TREAT Asia의 초청을 받아 시민건강연구소 김선 센터장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님이 방콕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접근에 관한 아시아 지역 논의 (Regional consultation: Access to COVID-19 therapeutics)”에 참석하셨습니다. 건강세상 10호에서는 두 선생님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Q. 안녕하세요. 두 선생님께서 어떻게 이 회의에 참석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회의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의약품 접근권 활동가들이 코로나19 치료제 접근성에 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의 활동가와,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브라질 출신 활동가, 온라인으로 접속한 스위스 제네바의 활동가까지, 다양한 지역의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라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연구소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국제적 재난 상황에서 초국적 제약회사와 강대국들이 치료제 및 백신을 이용하여 벌였던 탐욕적 행태와 특허 독점 문제들을 비판해 왔습니다. 특히, 백신 등 코로나19 관련 의료제품들의 공평한 사용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논의된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일시 유예안’을 한국 정부도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의약품 접근권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운동을 진행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건강연구소 김선 센터장은 전 지구적 시민사회 네트워크인 민중건강운동 (People's Health Movement, PHM)에서 동남아시아·태평양 지역 코디네이터로 오랫동안 국제연대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 초청받을 수 있었습니다.

    Q. 여러 아시아 국가의 활동가들이 모여 서로의 상황을 공유했을 것 같은데요. 아시아 다른 지역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공급 상황은 어떠한가요?

    저희가 백신 불평등 문제를 제기할 때 주로 언급했던 지역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었습니다. 이 국가들은 여전히 30%이하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고, 국제적 감염병 위기 대응에서도 소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여름 현재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근에 큰 문제를 겪지 않고 있었습니다. 미얀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60% 이상의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이고, 추가 접종률도 높은 국가가 많습니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별개로 신종 코로나19는 돌파감염이 빈번히 발생하며, 치료용 산소 및 치료제의 빠른 사용이 대응에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MSD(머크)社가 독점하고 있는 몰누피라비르나 화이자社가 독점하고 있는 니르마트렐비르 및 리토나비르 콤비(이하 팍스로비드), 일라이릴리社가 독점하고 있는 바리시티닙 등 여러 치료제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치료제 접근성이 낮은 문제가 있습니다. 다행히 몰누피라비르 및 팍스로비드에 대하여 제약회사가 일부 저소득 국가들에게 특허를 유예하여(‘자발적 실시’라고 부릅니다) 제네릭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모든 국가에 해당하지 않아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높은 가격에 의약품을 구매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팍스로비드 제네릭을 사용할 경우 1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만 5천원에 불과하지만, 화이자社가 생산하는 팍스로비드의 경우 그 비용이 약 70만원에 달합니다. 몰누피라비르 역시 마찬가지로, 제네릭 치료비용은 약 1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MSD社가 생산하는 몰누피라비르를 사용할 경우 비용은 약 75만원에 달합니다. 제약회사가 특허 유예를 인정하지 않은 국가는 재난상황에서도 비싼 치료비용 때문에 치료제 사용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Q. 이 회의에서 이루어진 논의 주제나 쟁점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회의는 첨예한 쟁점을 논의하는 자리라기보다는 각 참여자들이 국가별 상황을 공유하고 유효한 전략을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인도에서 온 활동가는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특허에 대하여 허여를 보이콧하는 활동을 조직하자는 제안을 공유하였고, 태국 활동가는 공공제약사를 통한 특허권 ‘강제실시’ 전략을 공유하였습니다. 각 국이 직면한 코로나19 접근성 문제 상황은 분명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 전략들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자리여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은 현재 팍스로비드나 몰누피라비르 등 코로나19 치료제를 접근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많은 물량을 사재기했고, 비용 역시 (최근 일부 자부담이 생기기는 했습니다만)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치료제의 높은 가격에 대해 정부나 사회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는 코로나19 치료제인 토실리주맙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기업, 저소득 국가 공급용 팍스로비드 및 몰누피라비르의 제네릭을 생산 중인 기업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성 운동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Q. 공평한 코로나19 치료제 접근을 위해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TRIPS 유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일부 국가에서는 특허가 유예되어 제네릭 의약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제약사가 유예를 허용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여전히 값비싼 치료제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국가도 코로나19 치료제 접근성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전면적인 TRIPS 유예 결정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많은 고소득 국가들은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상황으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백신과 치료제 등 의료제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코로나19 방역 대응과 봉쇄 등의 조치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여러 국가들에게 코로나19 치료제 접근은 중요한 문제이며,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TRIPS 유예 지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절실합니다.
     
    또한 이웃국가인 북한의 경우 백신을 포함하여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료제품의 사용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이 WHO의 코로나19 치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WHO가 권장하는 치료제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의약품 수급에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도 같이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 : 김지민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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