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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노동·사회 시민포럼] 2강 아프기 전에도 건강은 보호를 받아야 돼요!_최규진(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14호(2022.9) 2022. 8. 26. 10:30

     

    강의 내용 정리: 김지민 기획위원

     

    건강세상네트워크는 5개 시민단체와 함께 8 10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아프면 쉴 권리를 주제로 한 시민포럼을 개최합니다. 새롭게 도입되는 상병수당제도가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양산하는 제도가 되지 않게, 일하는 사람 누구나 아프면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한 제도로 안착시켜 나가려면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감시와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지난 8 17일에 있었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교수님의 발표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WHO의 정의에 따르면 “건강(health)은 단순히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양호(well-being)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높은 재난 취약성, 산재 사망률, 자살률 등 웰빙은커녕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아프기 전에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는 환경, 주거 등 삶의 제반 조건과 관련된 광범위한 주제이지만, 오늘 강의에서는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이를 쟁취해 온 정치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1. 노동자 건강 보장의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투쟁의 역사

    초기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건강이나 심지어는 생존마저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야만성을 보였다. 영국 위생개혁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에드윈 채드윅이 1842년에 작성한 ‘영국 노동계급의 위생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던 리버풀, 맨체스터 등의 도시에서 노동자들의 평균수명은 20세 미만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대항해 생존을 위한 투쟁이 벌어져 왔는데, 아동노동의 제한과 노동시간 단축은 가장 중요한 투쟁 의제였다. 이 시기에는 몸집이 작아 좁은 곳에 드나들기 쉽고 임금이 싸다는 이유로 어린 아이들도 굴뚝 청소, 탄광 노동 등에 내몰려 하루 15시간 일을 했다. 모직공장과 면직공장에서 아동 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5%, 46%였으며,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하루 12~18시간 일을 했다.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하루 12시간 이내 노동 및 교육 기회 제공을 규정한 최초의 공장법이 1802년 마련되었지만 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10시간 노동 쟁취를 위한 투쟁의 성과로 1833년 공장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아동노동 및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이 실효를 거두게 되었다.

     

    * 1833년 공장법: △9세 이하 아동 노동 전면 금지(견직 공장은 예외) △ 아동 고용시 고용주의 나이 확인 의무 △9~13세 아동 노동 하루 9시간 이내 제한 △13~18세 아동 노동 하루 12시간 이내 제한 △아동의 야간 노동 금지 △아동에 대한 1일 2시간 이상 의무 교육 실시 △공장법 준수 여부를 감독할 감독관 4명 임명 등


    가시적으로 드러난 건강 피해의 문제도 투쟁의 중요한 도화선이 되었다. 성냥공장에서 일하는 소녀들이 백린(성냥의 원료) 중독으로 인해 턱뼈가 무너져 내리는 인턱(phossy jaw) 증상을 겪고,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공장에서 성냥을 한 보따리 주고 해고해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에 19세기 중반에 성냥 생산에 백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19세기 후반까지도 백린이 계속 사용되자, 결국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들을 시작했다. 1888년 7월 영국 런던의 브리언트 앤드 메이 성냥공장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 임금 상승, 건강피해 해결 등의 구호를 걸고 2주간 투쟁해 승리했는데, 그 이후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미숙련‧미조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1848년 유럽 혁명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프랑스에서는 2월 혁명을 통해 하루 12시간 노동제를 쟁취하였고, 영국에서는 5월 1일부로 신공장법에 따른 10시간 노동시간을 시행하게 되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는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요구하며 미국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정하고 거리로 나섰는데, 이것이 메이데이의 기원이다. 이 같은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는 곧 노동운동의 역사 그 자체로, 노동시간은 노동자들의 수명, 질병, 부상 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2. 한국의 노동조건 및 제도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전태일 열사의 분신, 청계피복노조 및 해태제과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1987년 노동자대투쟁 등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동자 건강을 위한 운동의 흐름이 이어져 왔다. 그 성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2004년 7월 ‘하루 8시간, 주 40시간제’가 규정되었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가 여전히 허술해 한국의 노동조건은 무척 열악한 상황이다. 우선,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 규정은 탄력적 근로시간제(근로기준법 제51조), 선택적 시간근로제(제52조)를 통해 우회할 수 있고, ‘재량근로제’라는 이름으로 근로시간 계산에 아예 특례를 적용하는 경우도 가능하다(제58조). 미약한 법‧제도적 보호와 기업 내 권력 불균형으로 인한 비민주성은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업무 처리와 이를 위한 장시간 근무를 강요한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직이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과 과로에 내몰리고, 심각한 경우 이는 과로사, 과로 자살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한편, 최근에는 과로의 성질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첫 번째 양상이 성과제이다. 성과를 바탕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이 제도는 노동자가 알아서 자신의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게 한다. 두 번째로는 디지털 모바일 기술의 침투로, 이는 노동과 비노동의 시공간적 경계를 허물고 업무 및 일상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면서 노동자들의 삶 전체를 생산시간에 포섭하고 이를 감시한다.

    위험의 외주화도 산업 안전의 문제를 심화시킨다.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들에게 값싸게 맡기면서도 안전교육이나 안전장비 지급도 제대로 하지 않고, 4대보험을 들지 않거나 제대로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6년에 스마트폰 부품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사건의 피해자 세 명은 모두 같은 작업장 출신이었지만, 각기 다른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되었고 서로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동료가 자신과 유사한 증상으로 퇴사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똑같이 눈이 멀 때까지 일했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2017년부터 지난 해까지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체류한 외국인 가운데 사망한 사람은 358명으로,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질병’이 144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사고나 돌연사 등의 ‘기타 사망’이 87명, ‘산재’가 83명, ‘자살’이 44명 순이었다.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생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열악한 작업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이 생겨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비자 및 비용의 문제로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 건강권의 확보는 생존과 연결되며, 건강한 사회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움직임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건강을 요구하는 더 많은 정치적인 노력들이다.

    [2강] 아프기 전에도 건강할 수 있어야_최규진.pdf
    4.17MB

     

    건강·노동·사회 시민포럼은 매주 수요일 7시에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오프라인 참여  NPO 지원센터(남대문로9 39)

    - 온라인 참여  4 https://konkang2021.tistory.co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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