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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노동·사회 시민포럼] 3강 집담회 우리는 왜 아파도 쉬지 못하는가?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14호(2022.9) 2022. 9. 7. 02:38

    집담회 정리 : 김정연 기획소위원장

     

    이번 집담회에서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다섯 분들이 왜 아파도 쉴 수 없는지, 열악한 노동 현장의 이야기를 공유하였습니다. 또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병[傷病]수당 제도의 문제 및 보완점에 대해 노동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제안하였습니다.

     

    발표자들은 배달, 주얼리 금속, 파리바게뜨, 방송계,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콜 센터) 소속으로 그 업무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는 유사하였습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면, 첫째 인력부족의 문제가 대다수의 영역에서 고질적으로 심각했습니다. 아파서 쉬고 싶어도 대체인력이 없고, 내가 업무에서 빠지게 되면, 생산 공정에 차질 또는 계획된 일정, 할당량에 문제를 주게 되기 때문에 쉴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생산성의 문제로 고용주가 직원이 쉬거나 현장을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아파서 업무에 빠지게 될 시, 남아있는 동료에게 피해를 준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본인의 몸을 혹사 시킬지언정 쉴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근무 중 심각하게 다쳤어도, 대체인력이 구해지지 않으면 출근을 해야 하고 병원을 갈 수 없었던 파리바게트 사연을 비롯하여,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팀 프로모션이란 제도를 통해 한 명이 콜을 못 받게 되면 해당 팀 실적이 낮아지고, 동료 간에 그 문제를 서로 비난하고 성토하게끔 하는 콜센터 내 악성 조직문화의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둘째는 임금문제로써, 현실적으로 쉬는 것은 곧 금전적 불이익을 노동자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방송 스태프 PD의 경우, 매주 1건씩 촬영을 하여 한 달에 4건을 방송해야 230만원을 받는데, 1주라도 쉬면 최저급여 미만이 되고, 드라마 스태프 또한 일당을 받는 구조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배달 노동자의 경우도 신분상 특수고용 형태여서 아파서 쉬면 소득이 0원인데, 그와 별개로 오토바이 보험료 납부는 매일 같이 공제가 되는 구조여서, 하루 쉬면, 마이너스 금액이 일별로 앱에 찍히기에 생계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쉴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콜센터의 경우도 조퇴 시 임금문제가 발생하고 적정량의 전화를 받지 못할 시, 실적압박으로 통제를 받는 상황이기에 근무환경 상 쉬는 것은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셋째, 일부 직종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주얼리 노동자는 사업주가 보통 근로계약서 작성을 회피하며 임금을 봉투에 담아주기에, 재직 확인이 어렵고, 사대보험 가입률이 80%미만인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도 그동안 일을 한 부분이 증빙이 되지 않아 산재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아파서 쉴 경우, 인력 공백을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근로계약서가 없다보니 근로기준법상 연차 휴가 등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습니다. 방송계도 이와 비슷하였는데, 큰 드라마 현장이나, 아침 방송을 제외하고는 보통 PD 1, 작가1명이 팀을 이루어 근무하다보니 방송사/제작사와 계약서를 안 쓰고 구두계약으로 일하는 상황이 다반사였습니다. 이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아파서 쉴 경우 일자리를 잃거나 복귀가 불분명 한 점도 아플 때 쉴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렇듯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의 결과물로써 대부분 직군과 연계된 질병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파리바게트-근골격계 질환, 콜센터-방광염, 근골격계 질환, 우울증, 주얼리-진폐증 등). 인력부족으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몸을 혹사시켜 일을 하고, 부상당하고 질병에 걸려도 현실적으로 쉴 수 없는 상황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병수당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첫째,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을 포함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제도시행이 필요합니다. 현재 상병수당제도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고용보험가입자, 자영업자만 신청할 수 있어, 고용보험이 없는 프리랜서를 비롯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신청할 수 없습니다. 부상과 질병 가능성이 높은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가 역설적으로 더 보호를 받지 못한 상황에 놓였기에, 상병수당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일례로, 서울시 종로구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종로구에 많이 근무하고 있는 주얼리, 봉제 노동자들은 이 사업에 거의 신청을 할 수 없었습니다.

    주얼리를 기준으로 시범사업 기준을 살펴보면 시범사업이 종로구 지역에 거주하는 노동자로 한정 되어있고, 거주자가 아니라면 협력사업장을 기준으로 범위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주얼리, 봉제노동자들이 종로구에서 근무 하지만, 종로구에 거주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는 점, 또 실제 많은 사업장이 협력사업장이 아니기에,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주얼리 노동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국내 최대 귀금속 시장이 몰려있는 곳이자 귀금속 특화지구로 지정된 종로구인데, 막상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결과적으로 상병수당에서 배제되는 구조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습니다.

     

    둘째, 상병수당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 모형은 3가지로, 모형 유형별로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대기기간의 조건이 다릅니다. 크게 살펴보면 3일 이상 입원 / 7일 이상 또는 14일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로, 3가지 모형 모두 요구하는 기간이 너무 길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배달노동자의 경우 부상 등으로 하루, 이틀 정도 쉬는 경우 유급휴가가 절실히 필요한데 장기간의 기간을 요구하는 상병수당 모델은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너무 적은 상병수당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인데, 상병수당은 하루 43,968원이어서 실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써의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견해도 많았습니다.

     

    셋째, 상병수당 신청과 관련된 대상자의 접근성 개선 및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상병수당을 신청하려면 웹에 들어가서 신청을 해야 되는데, 온라인 홈페이지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는 신청하는 접근방식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더해, 상병수당 사업을 설명하는데 쓰인 용어자체가 어려워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기간 7일이라는 용어는 처음에 언뜻 들었을 때, 상병수당이 7일 기다리고 나면 그 뒤에 들어온다고 이해하지, 7일간 아파야 신청가능하다는 의미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상당히 많은 서류작업 또한 상병수당 신청의 장애물로 남아있다고 전하였습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콜 센터) 소속 김금영 씨는 자신의 근무 중에 상병수당에 관한 문의 전화는 딱 한 통뿐이었다면서, 시범사업의 존재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수 있기에, 많은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병수당이 제도적으로 정착하고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으려면, 쉬고 나서 직장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복귀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관건이며, 복귀가능성이 보장되어야 상병수당을 지원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각 사례별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마지막으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윤지영 변호사의 발표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비정규직작은 사업장 노동자가 아파도 쉬지 못하는 데에는 제도가 한 몫 한다는 내용과 함께, 근로기준법에 단순히 유급병가를 명시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계약서 작성을 안 한(못한) 노동자까지 포함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5(사업주 등의 의무)에 유급병가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이렇듯 본 집담회에서는 아프면 왜 쉴 수 없는지에 관한 다양한 직종의 고충을 들어보고, 서로의 의견을 함께 모아보며 실태를 알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시범 운영되고 있는 상병수당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이 개선되어야 될지 현장의 관점과 법조계의 전문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세한 사례 이야기 및 강의내용은 3강 강의자료와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야기 사례 발표자

    1)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 배달노동자 이야기

    2) 김정봉 금속노조 주얼리분회 / 영세사업장 주얼리 노동자 이야기

    3)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 /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이야기

    4)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 지부 /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이야기

    5) 김금영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 콜센타 노동자들의 이야기

     

    - 아파도 쉴 권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 :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https://www.youtube.com/watch?v=SWBrfjoFj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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