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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영웅이 아닌 평범한 간호사의 하루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5.6월호 2020. 6. 6. 19:59

    유연화(행동하는 간호사회 회원/대구지역 간호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적 거리 두기로 완화되었습니다. 학교는 순차적으로 등교를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2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코로나 일반병동에서 근무하게 된 한 간호사입니다. 기사에서나 보던 ‘코로나 영웅’이라고 불리던 저의 세세한 일상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2월부터 시작하여 숙소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혹시나 내가 감염시킬까 봐 너무 겁이 났거든요. 병원에서 숙소를 제공해준다는 말도 없었지만, 코로나 환자를 보러 가는 첫날 가족들과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병원을 향했습니다. 눈물이 나고 무서웠지만 차마 가족들 앞에서는 걱정할까 봐 차마 울 수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제대로 된 교육도 없고, 정해진 지침도 없고, 중증도가 있는 환자들이 생기다 보니 옆에서는 뚝딱뚝딱 기계를 설치 중이고, 간호사들은 매일 회의하고, 환자보고를 번갈아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근무한 만큼 월급을 받는 평범한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 코로나19라는 위험업무를 하게 되었어요. 내 위험수당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얼마나 위험한지도 듣지 못한 채.. 하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어요. 위험수당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보호구를 줄일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한 3월 중순이 되었을까요? 밖에서는 ‘코로나 영웅’, ‘백의의 천사’라는 수식어로 우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 폭풍의 중간에 있는 저는요? 그런 것을 실제로 전혀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가끔 들어오는 구호 물품으로 그것을 체감하였을 뿐, 병원에서 저는 환자 보는 것이 너무 당연한 간호사였고, 그 누구도 우리를 소중히 대하지 않았어요. 심지도 집에도 못 가고, 내가 원래 하던 업무 외의 것(지침 만들기, 식사배달, 소독, 이송) 등을 추가로 하는데도 말이지요. 사실 저희는 코로나19 환자를 보기 전에도 항상 여러분 곁에 있었어요. 그때도 똑같이 누군가의 목숨을 지키고, 누군가의 아픔에 함께했으며, 편안한 죽음을 같이 바랬습니다. 대유행이 끝나고도 이걸 잊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환자 간호가 종료되고 나서 뒤돌아보니 정말 내가 그동안 갇혀서 지냈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코로나19 환자 간호가 종료되어 갈 때쯤 슬픈 소식을 들었어요. 어느 병원의 간호사가 노래방을 갔다가 감염되었다는 것. 저도 기사로 접하였는데 댓글에 “간호사인데 그러면 안 된다”라는 말이 많더라고요. 좀 속상했던 거 같아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영웅시되면서 더 엄격해진 잣대를 우리에게 들이미는 것만 같아서 말이죠. 사실 제가 밖에서 감염이 되어서 환자에게 감염시킬 것도 두렵고, 제가 확진 환자를 보다가 감염되어서 밖의 누군가를 감염 시킬까 봐 두려웠어요. 그래서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지만, 외출 시에도 엄청 조심하게 되었고요. 그 간호사가 노래방을 간 것이 ‘간호사’라는 이유로 더 비난받는 것이 속상했어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된다면 분명 나에게는 더한 비난을 하겠지 싶어서요.

     

    많은 분이 “다시 코로나가 유행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보는데, 저의 답변은 ‘자신 없다.’입니다. 처음 겪어보는 대유행이라는 혼돈 속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방역을 하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선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간호사, 구급대원을 포함한 관련 직종)의 노력 덕분이고요. 하지만 저 또한 정말 유럽의 어떤 간호사처럼 환자를 두고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너무 무섭고 두려웠던 순간이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참으면서 하게 되더라고요. 눈앞에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기에, 나도 사람이지만 그 사람도 사람이기에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책 없는 상황 속에서 모두가 온 힘을 모아 막을 수 있는 것은 한 번뿐이 아닐까.. 어떤 상황인지 아는 사람들은 두 번째로 불구덩이에 뛰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해요. 우리는 이미 정서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은 소모를 한 상태예요. 다음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고생한 만큼의 보답이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하나 부탁드리자면, 외출하시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해주세요. 물론 누군가는 매일 울면서 코로나 환자의 곁을 지켰어요. 보호구가 부족해서 절망하고, 죽어가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눈물지으면서 환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속상했어요. 건강한 분들은 큰 타격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 때문에 몸이 약한 누군가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어요. 외출하실 때 다 같이 조금만 조심하면, 모두가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이름 모르는 분들이지만 우리를 함께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누군가가 나의 노고를 알아준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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