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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코로나가 이주노동자와 우리 사회에 남긴 것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5.6월호 2020. 6. 6. 17:14

    회원 김용철(대구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

     

    코로나의 집단적 발생으로 중국의 우한 다음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졌던 대구에서 겪은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스런 기억을 잊지 않고자 한다.

     

    코로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알 수 없는 재난문자만 울리고, 마스크도 없는 채 기숙사에 감금되었던 시기. 몽골 사람 누가 죽었다더라,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 이주노동자들은 죽어도 방송에 안 나온다는 괴담에 몸서리쳤던 시기. 누구는 마스크 파는 곳을 몰라서, 누구는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마스크 구입에 접근이 불가능했던 시기1), 대구를 떠나든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오라는 가족들의 눈물 속 영상통화로 번민의 밤을 지새웠던 시기, 미등록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였던 대구의료원이 코로나 병동으로 바뀌는 바람에 아파서는 안 되었던 시기2)...

    이주 당사자도 그 곁에 있었던 우리 사회도 기억해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태어났던 조국도, 살고 있는 대한민국도 공히 이주자들을 보이지 않는 인간으로 취급했던 시기를 힘겹게 넘자 이제는 긴급재난기금에서도 제외시키고 있다. 코로나의 고통을 같이 겪었으며,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몇 배나 더 힘들었지 않았던가? 코로나로 해고 1순위가 이주노동자였으며, 회사에 일이 없다며 돌려 보내고서는 휴업수당을 지급했었던가? 재난의 한 중간에 있었던 이들, 소비도 하고 세금도 납부하던 이들을 긴급재난기금 대상에서 쏙 빼고서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 ‘통합국가라는 언술을 사용하는 대한민국 정부...

    또한 정부는 코로나 이후를 위해 사회적 방역을 이야기하며 아프면 쉬어라라고 한다. 이주노동자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어디 상상이라도 가능할까? 좁디좁은 방에 여러 명이 쓰는 기숙사에서 거리두기가 가능한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이들이 재난과 위기에서 곱차별로 확대되고 더욱더 사각지대로 몰리게 됨을 생생히 목도했다. 그래서 잊지 말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K방역의 위상도 방역 취약계층이든 어디서든 뚫리면 끝장이다3). 이렇게 이주든, 장애인이든, 고령자이든, 빈곤계층이든, 사회적 소수자이든 우리는 함께 살고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라는 공적 시스템은 허점 투성이며 그 구멍을 자선과 구호단체들이 땜빵하고 있다. 과연 누가 누구를 돕는단 말인가? 함께 살아가고 노동하는 누구에게도 차별과 배제 없이 누려야 할 천부적 권리, 당당하게 요구할 권리는 무릎 꿇인 채 동정의 손길 아래 도움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고통에 처한 자와 고통에 먼저 처할 수 있는 자들이 치료와 방역에서 중심이 되어야하지 않는가? 코로나를 관통하면서 이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통째로 바뀌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이는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되거나 시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외치고 싸워야 하며, 사회적 연대로 세력화 될 때만이 진정 가능한 일이다.


    이름을 달리하는 역병과 재난이 다가오고 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1) 공적 마스크제는 건강보험 가입자 망에서만 가능했다. 건강보험 미가입자는 마스크를 구할 방법이 원천 봉쇄되었다. 이것이 누구에게는 공적(公的)이지만, 누구에게는 배제를 낳고 있었다. 가장 기본인 마스크 보급에서 차별하지 마라라는 요구는 건강보험 가입을 차별하지 마라로 확장되어야 한다. 문턱을 만들어 차별하고 격리하는 사회,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는 사회, 요란스런 K방역을 바라보는 이주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2) 대구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취약계층 무료 진료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대구에서 대규모 코로나 집단 확진자가 발생하자 대구의료원에 입원해있던 환자들을 모두 퇴원시킨 채 코로나 환자 병동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수술, 입원은 중단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회취약계층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어 있는 실상에서 대구의료원을 찾아 가나 발길을 돌리는 아픈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3)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집단 기숙사 시설에서 발생한 집단확진 사례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이제 와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코로나 무료전수검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내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에 대한 방역대책이다. 보호해야 할 1등 인간이 있고, 2등 인간이 있는 방역 기준은 코로나가 국적과 비자 유무를 따지지 않고 넘나들고 있음을 볼 때 실효성 조차도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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