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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 법제정되자마자, 법개정 들어가야 할 상황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9호(2021.10) 2021. 10. 13. 21:55

     

    지난 11일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 군의 빈소. 연합뉴스

    지난 106, 여수의 요트 선착장에서 한 고등학생이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 학생은 여수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었고, 요트 선착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가 7톤급 요트 바닥에 붙어있는 해조류·패류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학생의 이름은 홍정운.

    선착장에서는 홍정운님에게는 잠수자격증도 없고, 잠수가 현장실습협약에 명시된 업무가 아니었는데도 잠수를 시켰고, 위험작업이므로 21조로 일해야 하지만 혼자였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8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가 되어야 집에 돌아왔고,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고 합니다. 현장실습은 야간근무 및 휴일근무가 제한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제도의 취지가 무엇이든 사업주에게는 실습생은 값싸고 말 잘 듣는 인력일 뿐입니다. 안전조치든, 보호장구든 제대로 해주지 않아도 시키는 대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학생들은 사업주들에게는 만만한 상대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현장실습생만의 문제일까요?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OECD국가들 중에서 산재사망율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계도 있습니다. 산재사망자 수의 비율은 높은데 산재 발생 건수는 낮습니다. 일반적으로 산재가 많이 발생할수록 사망건수도 많아지는데 이상하죠. 우리나라라고 해서 유독 큰 사고만 많이 일어날 이유는 없으므로, 수많은 산재사건이 은폐되고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요즘에도 산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아도, 사업주의 허가가 없으면 산재 신청을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몸이 조금 아픈건 참으면 되고, 당장 일이 급하고, 산재처리가 되면 회사가 망할 듯이 달려들어 괴롭히니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안걸리면 그만이고, 걸려도 벌금 몇 푼 내면 그만인 안전문제에 돈을 쓰기보다는 일만 돌아가면 되고, 일하다 몸이 상해 힘든 노동자들은 알아서들 관두고, 새로운 노동자를 채용하면 됩니다. 사고가 나도 처벌받는 것은 결국 말단 관리자들 정도이고, 사업주들은 얼마든지 피해갈 구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올해 초 10만 국민동의청원과 유가족들의 단식농성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법의 가장 중요한 기본 취지는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업주(특히 원청사업주)가 책임을 지고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법이 제정될 때에도 아쉬움이 많았는데(단적으로 청원시 명칭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었는데 법이 제정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법을 시행하기 위한 하위법령인 시행령 역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발표되었습니다.

     

    법령 점검을 민간위탁할 수 있도록 하여 사업주는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뭔가가 안되었어도 점검을 한 위탁업체의 잘못이지 사업주는 어쨌든 점검을 시켰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직업성 질병도 급성중독으로 누군가 죽어야만 적용이 되고, 1년에 3명 이상 급성중독이 발생해야 한다고 합니다.

    핵심적으로 제기되었던 '21조와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적정인력 보장'은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유해위험 요인의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과 집행으로 수정, 하도급, 위탁 등에 있어서도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비용으로 하여 해석의 여지를 넓혀 놓았습니다.

     

    어렵게 만든 법을 지키는 것도 아닌 시작부터 법개정투쟁부터 해야 할 판입니다. 법제정에는 부정적이었던 정부 부처들도 법이 만들어지고 나니 노동부와 경찰청에서 서로 자기 관할로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은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재판부가 어떻게 적용을 하는지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법이 적용될 사고가 제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입니다.

     

                                                                  - 글 : 사) 김용균재단 조혜연 활동가 

     

    *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2019년 10월 26일 창립하여,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일구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새벽에 혼자 야간작업을 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산재가 노동자 개인의 실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산재가 그 노동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님을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나섰고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아프지않고 다치지 않는 일터를 위해 피해자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노동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이 권리를 찾아나설 수 있도록 실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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