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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코로나 19, 어느 지방 요양원 이야기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4월호 2020. 4. 13. 04:14

    코로나 19 유행의 지역감염을 우려하던 2월경, 어느 지방 요양원 이야기입니다. 집단시설에 대한 정부의 방역지침이 명확하지 않는 가운데 요양원 직원들이 무감염 상태로 자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들어간 요양원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원장님께 기고글을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글도 써 주셨습니다. 100여명의 어르신과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해, 힘든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함께 인내한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무사히 코로나19 유행이 지나가길 기원합니다.           

     

     

    우한의 고통스런 소식이 긴박하게 기사화 되던 명절 전.후를 기해 정부차원의 다양한 판단들이 있었지만 연로하신 요양원 어르신들(62)과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파수꾼이자 문지기로써 책임을 맡고 있는 저는 이 사태에 대해 오로지 방역이라는 관점에서 나날이 쏟아지는 온갖 정보들에 촉각을 세우며 대책을 연구하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에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것이 기존 바이러스와는 너무도 다른 무증상 감염이었습니다. 감염학회에 사례로 보고되기까지 한 최장 29일간의 무증상 감염과 무기질 표면에서 최장 9일간 생존 가능하며, 사스보다 100-1000배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인 코로나 19에 대해 혹자는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건강한 사람들은 독감 앓듯이 지나간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기저질환이 있어 요양등급을 받고 입소하신 어르신들에게는 맞지 않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며, “자신도 모른 체 감염원이 되어 어르신들을 고통에 빠트릴 경우 그 감당해야 될 죄책감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이르면 모골이 송연해지고 눈앞이 아득해 졌습니다.

     

     

    매일 매일 확진자 동선공개와 의사자로 격리되는 뉴스로 가득하던 때를 지나 지역감염을 우려하던 기사가 났지만 아직도 상부지침은 확진자, 의사자가 아니면 그저 외출자제와 손소독에만 의지해야 되는 상황이 전부였으니 그 때의 피말리는 심정은 차마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양원내 1인실이 전체 어르신의 3%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청도 대남병원처럼 격리를 당하면 음압병실 수용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감염을 예약해 놓고 응급실 순번을 기다리는 처지에 몰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치 스텔스기 같은 무증상 감염에 선제적 코호트격리는 선택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관련 단체와 주무부서인 복지부, 건보공단 등에 수 없는 문의를 거쳐 2월 말경에 드디어 시설장 판단하에 선제적 격리를 용인한다는 마른 들판에 단비 같은 복지부 지침이 내려왔고, 이 위기에 대해 함께 걱정하며 의논해왔던 보호자님들의 응원을 힘입어 직원 선생님들의 선공후사하는 마음으로 자발적 격리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파상되는 경제적인 영향을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 소독제, 기저귀, 일반의약품, 정기복용약, 식재료, 방호복, 고글, 면역력 보양식 등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 두었기에 큰 걱정 없이 생활 할 수 있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함께 동참하지 못한 동료들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과도한 업무시간이 어느 정도 몸에 베일 때 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며 밖으로 선제적 격리를 시행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이를 후원해주기 위한 복지부의 대책들이 수립되는 것을 보면서 고립된 섬에 다리가 놓아지는 마음이었으며, 추가 지원되는 지자체의 마스크와 소독제 지원, 보호자님들의 간식 지원, 업무 배제 된 직원들의 어르신 병원동행과 물품수급지원 등에 담긴 감사한 마음들이 누적된 피로를 풀어 주었습니다.

     

    이 기간에 제일 힘든 것은 어르신들이지요. 보호차원에서 금지된 보호자 면회와 외출, 외부 자원봉사 활동 중단, 늘 보는 직원들의 정감어린 얼굴은 마스크 착용으로 입꼬리도 못보게 되니 애써 눈웃음 짓는다 한들 정서적 교감 또한 반감하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보호자님들과 영상통화를 통해 빈 곳을 메꾸고, 어르신 개인별 맞춤간식과 영양식, 개별 대화시간들을 최대한 늘려서 말벗이 되어 드리는데 공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코로나 19를 통해 안으로는 직원 모두가 형제 자매처럼 서로 넘나들며 돕는 모습에 감동하였고, 밖으로는 방역당국과 의료진,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 등을 통해 우리는 서로가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로 서로를 돕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으며 남은 세월 어르신들 모시고 꽁냥 꽁냥 즐겁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코로나 19로 고통받았던 모든 분들이 하루 빨리 일상을 회복하길 바라며, 함께 이 난국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합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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