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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코로나19 정국에서 본 4.15 총선 단상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4월호 2020. 4. 13. 11:56

              

     

              

                                                                                                                                   회원  김 철

     

     

     21대 총선이 내일모레이지만,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감염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는 분위기와 함께 들뜬 선거 분위기도 실종되고 후보들의 유세 활동 또한 예전에 비해 제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정치 일선과 거리를 둔 이에게 총선 단상에 관한 글이 요청된 것도 이번 총선이 비대면 선거로 공약과 정책, 인물 대결이 실종되고 누가 누군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선택해야 하는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국내·외 신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날마다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코로나19가 다른 이슈를 모두 집어삼킨 가운데, 애초에 이번 선거에서 부각되었어야 하는 이슈들도 사라졌다. 조국 사태 속에서 드러난 근본적인 질문들, 공정성, 청년 이슈를 넘어 정치적 민주주의의 진전 속에서 심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코로나19와 함께 졸속적인 선거법 개정도 총선을 말아먹고 있다. 국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기된 비례대표제 개편 논의가 불완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귀결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결과 국민들은 총선을 남의 일보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비례대표 47석에 대해서만 정당득표율을 적용하여, 정당투표 결과가 전체 의석수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기존과 같이 비례대표 의석수 47석만이 아니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친 전체 의석수 300석을 정당득표율에 연동하여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정당득표율의 결과에 따라 전체 의석수가 달라지도록 하여 유권자의 표심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자는 것이다. 다만, 21대 총선에서는 기존 정당의 기득권도 인정하되 본래 취지 정도만 살리는 정도에서 타협한 결과, 정당 득표율을 총의석 수에 50% 연동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A당이 지역구에서 1, 정당 득표율이 10%라면, 기존 20대 총선방식대로일 경우 지역구 의원 1, 비례대표 의원 4.7(비례대표 의석 47석의 10%), 총 의원 수는 5.7명이 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일 경우 A당은 총 의석 수 300석의 10%30명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지역구 의원 1, 비례대표 의원 29명으로, 총 의원 수는 30명이 된다. 21대 총선방식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 경우에는 지역구 의원 1, 비례대표 의원 14.5(29명의 50%만 반영)으로, 총 의원 수는 15.5명이 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완전하지 않은데, 미래통합당은 아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이어서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에서 30석까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득표율 25.54%로 비례대표 13,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정당 득표율 33.50%로 비례대표 17석을 획득했는데, 완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수를 제한하는 을 강하게 주장했고, 이에 따라 연동형 캡’(한도 의석수)30석으로 정해졌다. 나머지 17석은 기존과 같이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30석 캡이 생기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가령, 이번 총선에서 B정당이 지역구 당선자는 5, 정당득표율은 10%가 나왔다고 치자. 20대 총선방식대로라면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정당득표율 10%에 해당하는 5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받아 총 10(지역구 5, 비례대표 5)을 얻는다. 하지만 이번 21대 총선방식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계산하면, 전체 의석수인 300석 중에서 정당득표율 10%에 해당하는 30석 중 지역구 당선자 5석을 뺀 25석의 50%13(반올림)을 우선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연동형 캡(한도 의석수)으로 정한 30석을 빼고 남은 17석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정당득표율 10%를 적용하여 2석을 추가로 받아 비례대표 15석을 확보하게 된다. 결국 B당의 총 국회의원 수는 20명이 된다. 이전보다 무려 10명이나 많은 국회의원이 생겨나는 셈이다.

     

    이런 개정 선거법으로 소수정당도 국회에 더 쉽게 진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많은 정당이 도전장을 내민 결과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의 수만 역대 최대인 41개 정당이다.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세워 선거에 참여한 정당이 총 35개이다. 이 때문에 투표용지 길이도 지난 선거에 비해 무려 15cm나 길어진 48.1cm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겠다는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더욱 퇴색시키고 무력화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소수정당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30석의 비례대표 의석마저 가로챌 속셈으로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용 소수 정당, 이른바 비례위성정당을 급조하는 등의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게다가 이들 비례위성정당들의 투표용지 기재 순위를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꿔주는 일도 벌어졌다. 비례위성정당에 공천 잡음이 생긴다든지, 공약과 정책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창당하는 졸속 창당 논란은 덤이다.

    위법은 아니지만 개정 선거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대의민주주의제도를 무력화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꼼수정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정의당은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나누는 제도가 정착된다면 가장 실리를 챙기는 정당으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50% 준연동형에다 그나마 비례의석 47석 중 30석만 한정하는 캡을 씌우면서 선거법이 누더기가 된데다, 거대양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개정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에서 희생자로 전락했다. 선거법 개정에만 신경쓰면서 비례의석 나눠먹기에 동참했던 결과다.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정당이라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거대양당은 선관위가 주관하는 TV토론회에도 보이지 않는다. 중앙선관위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은 TV토론을 참여할 수 없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비례위성정당의 대표들이 TV토론에 나와 거대양당을 대변한다.

     

    이번 총선처럼 정책 경쟁이 없는 선거도 없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도 비정규직 문제는 전혀 의제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청년 이슈, 기후변화·탈핵 정책은 물론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또한 논의선상에서 사라졌다.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정책이 심판의 내용은 아니다.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거대양당이 서로 삿대질하는 상황이다.

     

    유권자들은 사실상 두 눈을 가린 채 후보와 정당을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상 최악의 깜깜이 선거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4·15총선 투표율이 현저히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로 나타났고, 지난 4월 지난 1011일 진행된 4·15총선 사전투표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26.69%를 기록했단다. 1천만명 넘게 사전투표에 나선 것이다.

     

    도대체 유권자들은 뭘 보고 사전투표를 했을까. 그리고 사전투표에 응하지 않은 이들은 총선 당일에 뭘 보고 투표를 할까.

     

    * 김철 회원님은 현재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4.15 총선 단상 기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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