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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제대로 된 상병수당, 22대 국회에 바란다!
    보도자료 2024. 5. 22. 14:03

    제대로 된 상병수당, 22대 국회에 바란다! 

    나백주 을지대 의대 교수(아프면쉴권리 공동행동 정책위원)

     

     

    코로나19 기간에 유증상에도 불구하고 일을 쉴 수 없어 동료들에게도 감염이 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아프면 쉴 권리’가 보편적 시민권리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실제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상병수당을 사회제도로 갖추지 못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고용주들의 비용부담 증가 우려와 시민들의 낮은 인식 등 여러 가지 난제로 인해 제도화까지는 어려웠다.
    아프면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우선 ‘소득’이 예산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아프면 쉬어도 해고당하지 않을 법적 권리도 있어야 하며 쉬는 기간 동안 업무에 대해 대체인력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질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과 환경 개선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주요국가에서 가장 길며 한편 아파서 쉰 날수는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또한, 노동자의 64%가 아파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한 경험이 있으며 그 원인은 업무 대체인력 부재와 아파도 참고 일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문제를 꼽았지만, 기저에는 병가제도가 없다는 점 그리고 소득상실에 대한 염려가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정부는 상병수당 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시범사업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짧은 상병수당 보장 기간”과 “낮은 상병수당 보장액” 그리고 “연령 제한 등 혜택을 받을 사람을 제한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여러 유형의 실험을 통해 한국의 실정에 맞는 모델을 만들고 한국에서도 상병수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범사업 시행 도중 등장한 윤석열 정부 때문에 상병수당 제도는 초기의 보편적 보장 등 야심 찬 비전이 유명무실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 서비스가 소득 하위 50%만 혜택을 받는 선별복지 제도로 전환해 버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제대로 된 상병수당 제도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윤석열 정부가 획책하고 있는 상병수당 제도의 허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에 기반하여 향후 상병수당 제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며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논해보겠다.

     


    상병수당 제도,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첫걸음

     

    상병수당은 직업성 질환이 아닌 일반 상병으로 치료를 받는 기간 어쩔 수 없이 소득을 갖지 못해 질병 치료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이다. 노동자들만의 문제라고 보다는 자영업자 등 일하는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사회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직업성 질환으로 판정이 되면 산재보험으로 연결되어 소득보전이 이루어지지만, 직업성 질환 판정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심사를 통해 직업 관련성을 인정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일하는 도중에 아프거나 다치면 하던 일 때문인지 개인 부주의 때문인지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개인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일 때문에 다치거나 아팠을 때 가족 중 누군가 대신 해당 자영업 운영을 대신 해주지 않으면 소득이 딱 끊기게 된다. 영세 자영업이거나 고용주가 특정되기 어려운 플랫폼 노동자가 그렇다. 

    다시 정리하자면 직업 관련성이 없는 일반 상병은 일하다 아플 경우 치료 기간 동안 소득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소득보전 체계가 없다. 이런 제도의 부족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우선 질병으로 인해 소득계층 하락이 쉽게 일어난다. 또 다른 문제는 아플 때 소득상실이 두려워 참고 일하는 현상이 일반화되어 질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일부 시민은 이 상병수당과 유사한 제도가 있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통해 유급 병가를 회사 차원에서 제도화시킨 경우다. 다수의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같은 한국 사회에 살면서도 중요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을 개선하고 일하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아프면 쉴 권리를 확보하자는 것은 굳이 국제노동기구(ILO)가 2012년 발표한 “사회보장최저선에 관한 권고”에 상병수당이 한 꼭지로 들어가 있다는 것을 거론하지 않아도 일하는 사람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제도이고 뒤늦은 도입이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시행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제도 도입이 직면한 어려움

     

    그러나 상병수당 제도 도입은 지금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제도의 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취약계층 일부에 제공하는 공적 보장 급여의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며 산재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사회 기반이 될 복지제도가 제대로 안착하느냐 아니면 길을 잃을지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시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3단계 시범사업은 소득 하위 50%만 선별로 제공하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소득 하위 50%만 적용하는 시범사업은 일부 지역만 시행했지만 올해에는 모든 지자체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상병수당이라는 보편복지 체계를 도입하려 하지 않고 일부 취약계층에게만 적용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인다. 물론 민주당도 이러한 상병수당제도의 표류에 대해 책임을 갖고 제대로된 상병수당 시행에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아파서 쉬어도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를 법제도 측면에서 보장하는 노력을 이 정부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상병수당 제도화는 보건복지부의 소관 업무라고 할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 등 법·제도에 유급병가를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명시해야 비로소 아파도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제도를 총괄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전혀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1년전 국회토론회에서 담당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지금 상병수당을 신청해서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도 제도 신청을 위해 사업장 대표에게 신청서 결재를 요청했지만 거부를 당했다는 실태를 증언한바 있다. 상병수당 제도가 3일~14일의 대기기간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 기간에는 고용주의 유급 병가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 이때 고용주 부담을 최소한으로 하여 유급 병가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기간을 3일로 최소화하자는 조치도 있어야 한다. 또한, 영세자영업자 및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종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체인력과 함께 지자체 유급 병가 소득보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정책도 병행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지역별로 어떤 상병으로 상병수당을 많이 신청하는가를 분석하여 해당 지자체 및 고용노동부 등과 협력하여 해당 상병을 예방하는 보건사업을 도입하는 등 조치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제대로된 상병수당은 이와 연계한 유급병가의 법제도 개선 그리고 지자체의 책임성 강화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예산의 지원 등이 모두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 정도가 매우 낮아 실제 이렇게 제대로 된 아프면 쉴권리 제도 도입이 가능할지 의문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다수의 사람이 한국 사회가 과연 이 제도를 도입할 만큼 예산이 충분한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상병수당 사업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야 하며 건강보험 재정은 2023년 한해만 약 4조 원의 흑자를 내고 있으며, 누적 재정 준비금이 28조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유급 병가를 추진하는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재정 인센티브와 지자체 유급 병가 지원 등 별도의 재정 투자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법인세, 건강보험재정, 산재보험기금 등에서 일부 재정을 모아 유급 병가 기금(가칭)을 만드는 등 별도의 재정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은 중병예방과 산재 예방으로 재정 절감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 및 노동 생산성과 노동 년 수를 증가시켜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7월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 휴가 도입을 위한 토론회'

    22대 국회에 바라는 아프면 쉴 권리 제도 보장 추진 노력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서 곧 있으면 22대 국회가 출범하게 된다. 지금껏 상병수당 제도는 단순히 건강보험제도의 임의 급여를 제도화하는 측면으로만 접근한 측면이 크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국회토론회와 외국의 현황을 공부하는 것이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병수당 시범사업 가운데 낮은 보장성 문제와 특정 대상(연령, 이주민, 소득수준 등)을 상병수당에서 제외하는 문제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질병으로 인한 소득계층 하락 실태 등에 대한 최신 자료를 확보하여 새롭게 범부처 차원에서 아프면 쉴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제대로 된 제도 도입을 위해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지자체, 양대노총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아프면 쉴 권리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이라는 노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프면 쉴 권리,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상병수당으로 쏘아 올린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의 신호탄은 단순히 상병수당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산재보험과 연계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으로만 그쳐서도 안된다. 자영업자 및 특수고용직 등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보편적 권리보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단순히 상병수당 및 유급 병가라는 소득보장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어떤 상병으로 아파서 쉬게 되는지를 분석하고 생활습관과 환경도 분석해서 재발이 되지 않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봄체계를 구축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쪼록 22대 국회에서 이러한 취지를 이해하고 시민 및 노동자와 함께 논의해 아프면 쉴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면 좋겠다. 나아가 아프면 쉴권리라고 하는 것이 나와는 관계없는 먼 미래의 문제 혹은 잘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 나와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 속에서 제대로 된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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