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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세상네트워크 칼럼] 우리는 얼마나 응급에 익숙할까? - 정부의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 유감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17호(2023.4) 2023. 4. 25. 17:35

    우리는 얼마나 응급에 익숙할까? - 정부의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 유감

    살면서 응급실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길거리 지나가며 흘깃 저기에 응급실이 있구나 하며 생각하지만 직접 응급실을 갈일이 그렇게 많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뉴스에서는 응급실을 많이 본다. 즉, 응급의료는 피부 가까이 느끼지 못하다보니 어떤 응급실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평소 관심이 없기 쉽다. 

    그런데 지난 겨울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사람들은 응급실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무수히 많은 젊은 생명이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을때 필요한 응급의료서비스를 현장에서 적절하게 처치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고 보면 응급실은 병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까지 파고 들어와 주어야 하며 이를 총괄하는 시설과 기능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은 죽고 없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한창 닥터헬기사업을 고민하고 있을 때 같이 일본 드라마 코드블루 닥터헬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터널에서 자동차 연쇄 충돌 사건으로 10여명이 터널에 갖혀 있고 자동차에 깔려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헬기를 타고 5-6명의 의료진이 터널안으로 들어가 응급처치를 하던 광경을 보고 응급의료가 응급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응급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보았을때 수십명의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발생했을 때 제 때 출동한 응급의료인력이 없었고 또 응급환자가 어디로 가야할 지 한번에 결정되지 못하여 구급차를 타고 병원들 사이에서 헤맸다는 뉴스를 접하고 24시간 365일 응급환자 이송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다는 사실이 그대로 노출되어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하필 이태원 참사로 그동안 묵혀있던 응급의료의 곪은 곳이 그대로 드러났을 뿐이다. 

    인구비례하여 그리고 지역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어느 곳에 살고 있던지 응급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현장에 적절한 응급의료인력이 출동하여야 하고 적절한 시점에 치료가능한 병원에 헤매지 않고 바로 도달해야 한다는 이 단순한 응급의료의 명제가 정말 해결 어려운 것일까?

    응급의료는 언제 어떻게 얼마나 중증으로 발생하는 것인지가 예측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 당 수가로 해결되기 어려운 분야다. 대기인력에 대한 기본 경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응급의료가 응급실 뿐 아니라 다발생 외상환자(머리와 배, 가슴 등이 동시에 외상을 입어 동시에 응급처치와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권역 외상센터도 아주대병원에 설치되어 있지만 외상센터만을 위한 인력 운영을 주장했던 이국종 교수가 결국 외상센터장을 그만둔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은 지금도 해결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 상당부분 전략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지자체에 응급의료기금을 사업별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보조하고 지자체의 응급의료 시행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등은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지역응급의료상황실 설치 추진, 응급의료기관의 대기인력 수가 지불, 응급 이송수가 일부 보험적용 등 바람직한 방향이 많이 제시되어 있지만 더 구체적으로 일정 등이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응급의료기본계획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측면도 있다. 이번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서 밝힌 응급의료의 질 관리 등 결과측면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구조 측면 즉, 투입요소의 질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투입요소와 결과 측면의 질관리를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재난상황 대응 추진 등이 더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료원 등의 기능강화 전략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응급의료지도의사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 제시가 없어서 이에 대한 내용도 보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응급의료인력 및 외상인력이 지금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급여도 중요하지만 정말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사람중심의 응급의료전략이 정말 아쉬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응급의료에 대한 보다 통큰 투자와 발전 전략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지금보다 2-3배의 응급의료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이러한 재정투자 계획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병원 활성화와 연계시키는 전략이 필요한데 지자체의 공공의료계획 수립과 연결시키는 전략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이 부분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번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 빠져있는 이 내용을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 수립회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응급의료현장에서 고생하는 많은 응급의료인력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혹시 닥칠 지 모를 응급상황을 해결할 큰 틀의 응급의료기본계획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나백주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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