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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인터뷰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17호(2023.4) 2023. 4. 20. 13:18

     

     

    2020년 2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이하, 팔연대) 활동가들 두 명과 함께, 자인 활동가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로 연대 활동을 다녀오셨습니다. 건강세상 13호에서는 자인 활동가님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Q. 안녕하세요. 팔레스타인에 가시게 된 계기와 가서 어떠한 일들을 하셨는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팔연대 활동가 자인입니다. 팔연대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한국 사회에서 반전운동, 평화운동 등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던 흐름 속에서 결성되었습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리고 이스라엘 점령에 대항하는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운동 (Boycott, Divestment, Sanctions [BDS] Movement)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 기업인 HD현대건설기계 굴착기가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건설과 팔레스타인 원주민 가옥 파괴에 사용되지 않도록 사업 철수를 요구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팔레스타인을 직접 방문하여 점령의 실상을 기록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연대합니다. 현지 활동은 저희가 이스라엘의 점령 현실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입니다. 저희는 2020년 HD현대건설기계가 이스라엘 점령에 어떻게 동조하는지 조사하고 현지 여성운동 활동가들과 연대하고자 팔레스타인으로 떠났습니다. 나중에 또 말하겠지만 정말 많은 활동을 계획했는데,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로 한국인들을 강제 추방시켜 현지 활동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사진1]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주민 학살로 버려진 마을 리프타 (사진 제공: 자인)

     

    Q. 직접 가보시니 팔레스타인은 어떤 상황이던가요?

    팔레스타인에선 삶이 투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끼고 왔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도착한 날, 예루살렘 서쪽에 있는 마을 리프타에 갔습니다. 리프타 주민들은 1948년 이스라엘군이 마을을 폭격하고 주민들을 학살하자 다른 곳으로 대피했어요. 리프타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고 몇십 년 동안 건물들은 파괴된 채로 남아있었어요. 2017년 리프타가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올랐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근방을 재개발하거나 리조트 등을 지으면서 마을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프타 안에선 어디에서도 이런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거를 의도적으로 삭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달까요? 그런데 이스라엘은 비단 과거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이란 존재 자체를 삭제하려 할 때가 많습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을 파괴하여 강제 이주시키고 불법 정착촌을 건설해 원주민들의 흔적을 없애려 하죠.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삶 자체가 저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절실히 이해하게 됩니다. 

     

    Q. 전쟁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전쟁,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점령은 어떤 폭력도 쉽게 용인합니다.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에게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가로지르는 장벽은 국제법 의무조항에 위반된다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005년 동예루살렘에 철조망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동예루살렘 마을 와디 알 훔무스의 철조망 근방엔 ‘보안’이란 미명하에 건물 건축을 금지했습니다. 이곳에서 이스라엘군은 수십 채의 가옥을 부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으며, 심지어 건물 철거 비용을 거주민에게 청구했습니다.

    가옥 파괴는 건물만 파괴하지 않습니다. 원주민들의 삶도 파괴합니다.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점령의 그림자(2015)>에선 한 팔레스타인 가족의 가옥 파괴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출연자들은 가지고 있던 가재가 대부분 망가져 당장의 생계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급하게 새로운 집을 마련하면서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게 되었다 호소합니다. 또한 자신이 살던 공간이 파괴되는 과정을 본다는 것 자체가 큰 트라우마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2] 와디 알 훔무스 마을 근방 철조망과 강제철거된 건물 (사진 제공: 자인)

     

    Q. 한국의 시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국경 넘어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어 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차별은 비단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제가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로 떠날 때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전 지구로 확산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그런데 2월 중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이스라엘 정부는 현지에 있는 한국인을 추방시켰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현지 체류 기간과 무관하게 강제 귀국을 시켰기 때문에 저희도 급작스럽게 한국에 돌아오게 되어 현지 활동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이란 국가에 내재한 인종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그리고 어떻게 차별의 문법을 재생산하는지 뼈저리게 느낀 계기였습니다. 이처럼, ‘타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팔레스타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누구에게든 확장될 수 있는 인류와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의 시민들도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사진3]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에 사용되는 현대 굴착기 (사진 출처:&nbsp; Ali Abunimah, 2017, Palestinians call for boycott of Hyundai, URL: https://bdsmovement.net/news/palestinians-call-boycott-hyundai)

     

    2023년 4월 팔연대 활동가들이 다시 한 번 국경을 넘었습니다. HD현대건설에서 생산한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유엔 특별보고관 리처드 포크는 사기업들이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에 연루해선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HD현대건설은 약 10년 간 연루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시민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더 가진다면 팔레스타인 점령이 종식되는데 조금의 단초라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 김지민 기획위원

     

     

     

    [관련 글/영상]

     

    • 자아, 2019.7.17., “철거 명령 떨어진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마을 ‘와디 알 홈무스’”, 참세상. (링크)
    • 덩야핑, 2022.9.14., “팔레스타인은 원래 그래”, 참세상. (링크)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015, “점령의 그림자”, YouTube. (링크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023, “HD현대건설기계는 이스라엘 전쟁범죄와의 연결고리를 즉각 끊어내라”, 16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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