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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사망한 정유엽 학생 부모님 호소문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7.8월호 2020. 7. 19. 17:39

     

    청와대에 요구하는 호소문

     

    아들 유엽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3개월이 되었지만 유엽이가 사용했던 공부방과 침구, 옷가지 어느 하나도 함부로 하지 못했습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했던 저희 가족은 큰 충격과 함께 되돌릴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 채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한낱 덧없다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허망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각계 각층의 방관과 외면으로 인해 간과되어 묻혀서는 안되기에 몸부림을 치면서 개선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가 대구와 경산에서 급증했을 때 경산시는 직무유기 수준의 안일함과 무능함으로 늦장대처의 행정을 하였기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산시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면 관내 혹은 인근 타 시군에서 더 늦게까지 운영되는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지침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선별진료소 운영시간을 감축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소극적인 대응을 하였으며 구급자 이용 및 다른 대응체계의 부재도 심각했었습니다.

     

    경산 중앙병원에서는 지금도 열이 나면 입원할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 환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열이나면 무조건 진료 거부하는 것이 정부의 지침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부의 지침 중 병원측 자신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내용만을 강조하여 유엽이의 사망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이것은 정부로부터 허가받고 묵인된, 살인방조와 다를 것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아니 더 지독한 간접살인이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상황이 제2, 3의 유엽이의 경우를 양산할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된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312일 처음 응급실로 갔을 때 제대로 된 검사를 했더라면, 10시까지 하는 5분이내 거리의 세명병원 선별진료소를 안내해 주었다면 그리고 좀 더 상급병원으로 빨리 보내졌다면, 아들은 충분히 살 수 있었고 아픔도 줄일 수 있었는데, 회한이 남습니다.

    사소하게는 경산중앙병원의 조작된 간호기록지 등을 보면서 왜곡된 의료 현실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남대병원에서는 코로나19 검사 시행을 13번씩 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치료와 방치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유엽이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일입니다.

    정말 국가에서 하라는 데로 하였고, 부검조차 필요없다하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침을 준수한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고 암담했습니다.

    충분히 살 수 있는 아들의 죽음을 애태우며 지켜 볼 수 밖에 없었고 아들 유엽이는 영문도 모른 채 준비되지 않은 죽음의 길로 가야만 했습니다.

    사망선고시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부어버린 아들의 얼굴과 모습을 보며 녹아내렸던 안타까운 심정과 아들과 동행하고픈 간절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 음성판정후에도 음압병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아들의 장례절차는 여의치 않았고

    마지막 가는 길,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손 한번 잡지 못했습니다.

    아들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커서 바로 묘지로 향하지 못하고 유골함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날 안장했습니다.

    발열과 폐렴 증상이 있는 일반 응급환자는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경산 시의회 차원의 대책과 지원을 호소했지만 경산중앙병원과의 관계를 이유로 미래통합당 시의원들이 반대하여 더더욱 힘든 길을 가고 있지만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경산시 여러 정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수도권에서는 의료연대, 인권, 민변, 공공운수노조, 건강과 대안 등 많은 분들이 마음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저희들의 의미있는 행보에 응원하고 있을, 아들 유엽이를 가슴깊이 안고,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찾고자 합니다.

     

    다신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국가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한 대책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절박과 애절한 마음을 담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경상시장 면담 후 기자회견장에서

     

    유엽이가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 기억하기도 싫은 암담한 현실속에서 저희는 다른 삶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의료공백에 의한 억울한 죽음의 현실이 또다른 사람을 통해 벌어지는 비극이 없어야 하기에 감히 새로운 길을 가는 것입니다.

     

    처음 유엽이 사망이 제일 먼저 경산시의회에 도움과 참여를 요청했으나 대다수 의원의 외면과 경산중앙병원을 언급하지 않으면 협조하겠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반대하여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고 결국 경산시의회 차원의 대책방안을 포기해야 했던 참담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으로는 헤쳐 나가기 너무나 힘든 벽을 앞에 두고 인권, 의료, 농민, 여성 및 여러 시민단체와 각 정당의 올바른 바램과 뜻으로 힘을 합치고 우리의 권익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유엽이는 12일 병원에 처음 내원했을 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쯤 대학 진학을 꿈꾸며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엽이의 책상엔 유엽이의 손목시계 소리만 흘러 갈 뿐 유엽이의 모든 일상은 멈춰진 상태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지침을 따르고 엄수한 결과로 유엽이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참으로 비통하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무조건 침묵하고 외면한다고 유엽이의 죽음이 없던 일이 되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경상시에 묻고 싶습니다.

    소중한 어린 생명이 허무하게 꺼져 버렸는데 불가항력적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고 운이 없어서 죽었다하면 어떻게 합니까?

    너무나 안일하고 무능한 행정에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유엽이 자신도 집을 나와 병원을 향했을 때 마지막인 줄 알았을까요?

    정말로 유엽이의 죽음이 전시상황과 같은 죽음으로 정당화 될 수 있습니까?

    유엽이 사망 이후 경산시와 보건소는 무엇을 했습니까?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대책은 있습니까?

    경산시가 자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미진하고 잘못됐는지

    또 어떻게 그 부분을 보완시켜 나갈 것인지 궁리하고 고민한다면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에 있어서 심각한 것은 부족한 점 자체보다도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태도에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행동했다는 병원 측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해석하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내용만을 강조하여 유엽이의 사망에 대해 책임을 피해간다면 이러한 상황이 또다른 유엽이의 경우를 만들어 내는 최악의 나쁜 선례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발생되는, 지독한 사회적 아픔을 겪는 또다른 가정이 생겨서는 절대 안됩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부모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아들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손 한번 잡을 수 없는 지옥같은 현실이 다시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정부에서는 유엽이의 죽음에 대해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진상조사를 통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경산시와 시민, 그리고 국민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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