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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코로나19 시기, 장애인에게는 사회적 연대강화가 필요하다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9.10월호 2020. 10. 17. 12:20

    장애인 단체들이 정부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코호트 격리대응으로 집단 수용 격리 병동에서 죽어가는 장애인의 삶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소셜포커스 -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애인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시기 속 장애인이 겪는 문제는 크게 수용시설 내 집단 확진의 위험성과 시설 외에서의 지원체계의 부족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두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시설 내 장애인의 집단 확진의 사례는 정신병원과 요양병원 등에 입소한 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코호트 격리되며 정당한 보건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집단적으로 위험에 처하는 것을 의미한다2월 청도대남병원 비극에서 국내 첫 코로나19 정신장애인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며, 그 후로도 정신장애인 환자의 코로나19 집단 확진 및 연이은 사망 소식 등이 여러 시설에서 이어졌다. 국내 코로나19 집단 확산 사례로 일컬어지는 청도 대남병원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하여 희생된 환자들이 매우 열악한 신체 근육량과 영양실조 상태를 보일 수 있으며(이소희, 2020), 충분한 수준의 일상 건강관리를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여러 언론을 통해 증언되었다. 청도 대남병원 전체 입소자 101명 중 100명이 감염되었으며,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12명 중 9명이 감염되었다. 즉 정신병원에 있는 전체 입소자 및직원 113명 중 95%가 감염되었으며 환자 중 7명은 사망하였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견된 총 7명의 사망 사례는 국내 코로나19 사망 사례 중 초기 사망 사례에 해당했다.시설 내 집단 확진 추세를 막고자, 정부 및 지자체는 코호트 격리체제에 돌입하였으며 이로 인해 집단 시설 내 입소자는 하나의 단일 클러스터로 취급되어 집단 통제되었다.

     

    코호트 격리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설에 관한 시설 내외 간 정보 격차가 심각해지고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코호트 격리 기간 중 시설 내 출입 및 관리 감독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시설 종사자와 환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폭력을 비롯한 추가적인 문제 발생에 대해 감시할 수없다는 점이다. 실제 코호트 격리 시설 운영 현황 및 세부 지침에 대해 명확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무엇보다도 현재의 수용시설 코호트 격리는 결국 다양한 환자를 하나의 군집으로 취급하여 상이한 장애 유형을 지닌 환자를 일원화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의 보건 및 건강의 권리에 대한 제약도 우려된다.

     

    더욱이 코호트 격리 중 시설 관리 지침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 및의료인의 권리 침해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바가 없다. 가령 경기도의 경우에는 코호트 격리에서 나아가 예방적 코호트 격리실시 계획을 발표하고 연장까지 공언한 바 있으나, 예방적 코호트의 연장을 발표한 날(318)까지 실제 장애인 시설 중 참여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러한 선제적 코호트에 대한 선제적 외침은 실제 정책적 실효성을 갖는 것인지 의심하게까지 만들었다. 단지 시설 내 입소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이용한 차별과 분리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재의 시설 체계는 필연적으로 집단화의 논리와 위계화의 논리에서 통제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시설 집단화의 논리란 모든 시설 입소자가 하나의 동일한 클러스터로 취급되어 하나의 일상 스케쥴을 동일한 수준에서 통제받고 이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며, 시설 위계화의 논리란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간의 위계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화의 논리는 시설 내 입소자 간의 집단 감염을 증폭시켰으며, 위계화의 논리는 시설 내 입소자와 종사자 간의 집단 감염률의 불평등에 대한 실질적 확진 수치의 격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병원시설 및 거주시설에 입소한 장애인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을 이어가던 장애인 또한 크나큰 고난을 겪고 있다. 수많은 중증장애인이 지원자 없는 무대책 속 홀로 격리 조치되거나 지원의 발길이 끊긴 채 고립을 경험했다.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에게는 적합한 지원 및 보건 인력이 매칭되지 않은 채방치된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코로나19 집단확산 초기, 대구에서는 적합한 활동지원인력을 구하지 못하거나, 국가로부터 방치된 장애인을 위해 보건인력 아닌 활동가가 직접 격리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그외에도 발달장애인 가족에 대한 지원 체계가 미비하여, 사실상 많은 이들이 생계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일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활동지원 서비스 뿐만 아니라, 이동권에 있어서는 특별교통수단이 감차하여 장애인의 외출이 어려워지거나, 병원에 가는 등 의료적 사유가 없을 시 특별교통수단 탑승이 불가능하게 지침을 제한한 지자체도 나타났다.

     

    그 외에도 장애인콜택시가 병원으로의 방문을 감염 우려'의 이유로 거부한 사례도 발견됐다. 장애인 교육권에 있어서는 장애인야학 등 학령기가 지난 중증 및 탈시설 장애인의 교육공간이 공교육의 체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설 소독 및 코로나19 대처에서 모두 배제되거나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 학교를 다니는 발달장애 학생들 또한 대책없는 온라인 강의 등을 강요 받아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가 어려움을 겪은 바 있으며, 시각장애학생과 청각장애학생도 온라인 컨텐츠에 대한 웹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아 사실상 수업을 진행하기가 불가능했다.

     

    장애인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례도 많았다. 가령,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가 당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배치되지 않아 코로나19에 대한 보건상담이 불가능하였다. 신장장애인의 경우에는 사망사례까지 발생하였는데, 코로나19 시기 중 병원이 셧다운되거나 자가 격리받게 되면서 투석을 받지 못해 14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는 장애인의 생활 전반에서 이동권부터 건강권까지 전방위적인 위협을 끼쳤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지원체계가 현재까지도 미비하거나 부족한 실정이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이 강타한 올 한 해,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강력한 해결책이라고 제시되는 거리두기는 장애인에게는 잔인한 대책이었다. 도리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방치하는 정책으로 거리두기를 핑계삼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코로나19에 노출된 장애인의 생존에 필요한 것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강화이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향해 사회적 연대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더 없이 목소리를 모아야만 한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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