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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2]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19호 (2023.10) 2023. 10. 26. 14:05

    20234, 정부는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탈피, 자살률 감소 등의 단편적인 목표를 넘어 안전한 사회 구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는 지난 제1, 2차 기본계획에서 개인의 정신질환에 초점을 맞춰 온 한계점을 보완하여 제3차 기본계획부터는 전 사회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비전을 제시해 온 것이 이번 계획에도 반영된 것이다. 특히 제5차 기본계획에서 강조하는 바는 문서에만 존재하는 안전한 사회 구현이 아닌 실제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에 정부 부처, 민간기관, 관련자 그리고 국민 등의 협력을 통한 생명안전망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은 5대 추진전략 및 15대 핵심과제로 이뤄져 있다. 5대 추진전략은 생명안전망 구축, 자살위험요인 감소, 사후관리 강화, 대상자 맞춤형 자살예방, 효율적 자살예방 추진기반 강화이다. 15대 핵심과제는 정책 대상자별로 발굴-연계-개입-관리 단계별로 필요한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 대상자는 일반 국민, 경제위기군이나 정신건강위기군을 포함하는 초기 위험자, 중증정신질환자, 자살유족, 자살시도자를 포함하며, 이들을 위한 예방적 개입부터 치료적 개입과 지속 관리까지 자살예방을 위한 전방위적인 92개 세부과제가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변화한 점은 생명존중 인식교육(자살예방교육)을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각급 학교 등을 대상으로 의무화가 추진되는 것이며,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동네의원 방문 환자 중 정신건강위험군에 대한 조기 발굴 및 전문기관 연계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자살유발정보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신고·긴급구조·수사의뢰까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SNS 상담 등 자살예방상담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를 추진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다. 앞서 제시한 최우선 과제인 생명안전망 구축의 세부 과제로 지역 주도의 자살예방정책 추진을 위한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의 자살예방정책은 WHO와 전 세계 국가들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정책과 사업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은 기존에 진행하던 검증된 정책들뿐만 아니라 한국 현실에 맞춰 혁신적으로 우선 추진하는 과제들도 있다. 이에 기본계획에 포함된 과제들이 예산과 인력 확보 등 추진기반의 구축과 함께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소폭의 증감을 반복하며 정체기에 있는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제1차부터 제5차까지 모든 자살예방기본계획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살예방기본계획이 차근차근 수행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죽지 않고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국가가 국민의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체감할 수 있을 것인가? 자살예방기본계획은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에 충분한가?

     

    이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위해서는 자살예방기본계획이 충실히 수행되는 것과 함께 WHO에서 제안한 국가전략 중 옹호(Advocacy)’청소년의 사회정서적 생활기술 증진(Foster Socio-Emotional Life Skills in Adolescents)’ 관련 과제의 확대가 필요하다. 자살고위험군이나 자살시도자, 그리고 자살 유족 들이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삶을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법, 제도 뿐만 아니라 사회 인식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옹호 활동은 실제적인 자살률을 낮추는 데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민간에서 소규모 조직이 활동하거나, 지역 센터를 중심으로 자조모임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중심으로 하는 등 매우 제한적으로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옹호 활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활동 조직의 확대와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으로 법과 제도 등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 개인이 정서적, 사회적으로 적응하고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교육이 시행이다. 특히 이 교육은 아동, 청소년기부터 받도록 해야 하며, 특히 경쟁적으로 주입식의 지식 습득 위주의 교육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사회정서적 생활기술 증진 과제가 우선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기본계획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수립하는 시행계획이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담당부처나 기관이 쉽게 추진할 수 있는 과제나 기존에 예산이 확보되어 있어서 추진이 가능한 과제, 또는 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좋은 보여주기식 과제가 아닌 국민이 필요로 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제가 무엇인지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 관련 전문가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이 함께 고민하여 의견을 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함께 해야 할 것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 권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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