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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대]간호사가 나타났다
    행사 2022. 5. 9. 19:00
    2022 간호사의 날 사전문화행사 <간호사가 나타났다>라는 이름으로 5월 7일 12시 30분 보신각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5월 12일이 나이팅게일의 날이라는데요. 흔히 백의의 천사라는 별칭으로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던 나이팅게일의 이미지를 전복하는 의미로 이 집회의 컨셉을 ^마녀^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멋진 집회에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연대발언으로 참여했습니다!
    [연대발언]
    0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20대 조카 또래정도되는 여성들의 전화 통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ICU, 병동, 수샘 이런 말이 오가는 것으로 봐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구나 짐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대화 내용에 숨이 막혀오는 듯 했습니다.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화장실 안가려고 어제는 하루종일 물을 먹지 않고 일했다’ 등의 얘기들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어면서, 통화하는 간호사에 대한 측은한 마음도 들었지만 동시에, 저런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로부터, 과연 환자들은 안전하게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같이 들었습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4차산업 열풍 속에 의료기기 산업에 수백억대의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장을 뛰어 다니는 한국의 간호사들은 식욕, 배설욕 등 기본적인 생리현상조차 억제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0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전 세계인을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한 2년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를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수라장이었던 코로나 방역현장에 수많은 간호사들이 현장근무를 자원했고, 많은 간호사들이 격리된 공간에서, 무거운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의 일상을 살폈고, 때론 가족을 대신하여 환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언론들은 ‘코로나 전사’ ‘코로나 영웅’으로 치켜세웠고, 훈훈한 미담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습니다.
    현재, K-방역의 영웅이라는 화려한 찬사 뒤에 가려졌던 간호사들의 참혹한 현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쓰러진 간호사들도 있었고, 서너명 보기도 힘든 중증환자를 8개월차 신규간호사 혼자서 20명을 감당하다가 과로와 업무불안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옵니다.
    그 어려운 시기, 최선을 다해 간호현장을 지켰던 간호사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하나 둘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제주대학병원에서 간호사 투약사고로 12개월된 영아 코로나 환자가 사망을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0 간호인력은 환자안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환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해 주는 의료인은 간호사들입니다.
     
    간호사 한 명당 담당해야 하는 환자가 늘어날수록, 간호사가 화장실 갈 시간, 밥먹을 시간 없이 쫓기게 되면 환자의 상태 세심하게 체크하지 못하게 되고, 혹여 중요한 사항을 의사에게 전달하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간호사가 놓치는 환자가 우리 자신이 될 수 있고 우리의 가족, 지인, 이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민들도 알아야 합니다.
     
    지금, 간호사들이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병원이 무서워 병원을 떠나고 있습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인수인계를 하고 떠나는 사직순번제는 이미 옛말이 되었고 응급사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간호인력충원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간호사 태움, 임신순번제, 자살사망, 신규간호사의 높은 이직률 등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지방중소병원들의 응급의료기관지정 취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병동을 폐쇄 운영하는 병원도 생기고 있습니다.
     
    지역보건의료시스템은 지금 붕괴되고 있습니다.
    환자만족도가 높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확대 또한 간호인력 부족 문제로 정체되어 있습니다.
    간호인력부족현상은 시민과 환자안전에 이미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중환자실도, 음압병상도 밤샘공사로 뚝딱뚝딱 만들고 늘리고 하던 정부가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은 왜 이렇게 늦장 대응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속전속결로 처리된 검수완박 법안보다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10만명의 법안촉구 서명을 마친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이 더 시급한 법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의료는 첨단을 달립니다. 의료기술수준도 높고 의료기관도 많습니다. 그런데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감염사고 수술사고 수혈사고 같은 의료사고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사고 관련 공식통계조차 없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상담건수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최근 5년간 의료분쟁 상담도, 의료분쟁조정신청도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병을 고치러 간 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사건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를 한 명만 줄여도 환자 사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간호사의 노동환경개선은 환자사망률과 환자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간호사 인력배치와 관련된 법 제정을 비롯하여 간호인력정책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 나가고 있습니다.
     
    병원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간호사의 임금이나 근무조건을 가능한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합니다. ‘코로나 영웅’에 대한 시민들의 ‘덕분에 챌린지’를 이어가려면, 돈만 밝히고 있는 병원들이 간호사들을 계속 쥐어짜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간호사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책임과 권한을 갖고 헌신할 수 있도록, 국가가 간호인력 정책에 개입하여 숙련된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시민들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입니다.
    숙련된 간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에서 시민과 환자가 안심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안전과 직결되는 간호사의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간호사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연대발언 : 양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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