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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 인문학 산책] 6회차 모임 후기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행사 2024. 10. 31. 17:22
10월 17일 목요일 오후 8시, 건강세상네트워크 인문학 산책 2024년의 마지막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일 년 동안 함께 책을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무척 뜻깊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신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꼭!!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번에 다룬 작품은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니다.
룰루 밀러의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는 과학과 철학, 인간의 이해를 다루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내용으로 주목받는 논픽션입니다. 이 책은 과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19세기 생물학자이자 분류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사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물고기 분류에 몰두했지만, 지진과 사고 등으로 모아온 표본이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밀러는 조던의 집념을 통해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가변적이고 취약한지를 묻습니다. 이 책에서 조던의 집념은 물리적, 정신적 어려움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이자 삶의 불확실성을 직면하는 방법으로 그려집니다. 밀러는 조던의 연구를 재조명하며, 그가 생물학적 분류에 있어 완벽한 구조를 세우려 했던 점이 과연 진리 탐구였는지, 혹은 욕망에 기반한 허상에 불과했는지를 성찰합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과학이 절대적 진리가 아닌, 변화하는 세계에서의 일종의 도전이자 탐험임을 생각하게 하며, 과학적 사고와 그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다음은 모임에 참가했던 회원님의 리뷰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물고기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이 우리 ‘편리’하자고 유용하지만 자의적인 선을 그었다는 것이며,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
물고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가 그 물고기를 놓아주는 일은 또 다른 어떤 실존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작가는 알게 된다.
작가가 이러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긴 시간을 꼼꼼하고 세심하고 지독하기까지 철저하게 어류 분류학에 몰두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을 추적해 나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이 책이 자연과학 책이라는 착각을 할 만큼 과학적 연구 과정을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대단한 능력자인 한 과학자가 얼마나 훌륭한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역설적으로 그렇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업적이 얼마나 엄청난 오류에 빠질 수 있고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과학자인 아버지가 절대 진리로 믿고 있는 ‘열역학 제2법칙’처럼 과학은 진리인 듯한 허구에 빠지게 되는데, 불변의 진리처럼 여기는 과학에서마저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오류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범하고 있는 수많은 오류를 깨닫게 하고자 작가는 어렵고 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인생의 의미는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활력이 가득찬 낙천적인 삶을 사는 과학자인 아버지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던 작가는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인 민들레 법칙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민들레를 잡초로 쓸모없는 존재로 분류하는 대신 훨씬 다양한 존재로 인식하고 하찮게 보이는 민들레도 존재자체로 중요하다고 깨닫게 되고 더불어 자신도 중요한 존재라고 외치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밑밥을 길게 깔고 가는지 의문을 품으며 따라가던 이야기는 이렇게 속 시원한 결론에 이르게 되어 자유로워지는 작가처럼 나도 조금은 자유로워진 듯싶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가 중요함을 깨닫고 기뻐하지만 나는 작가의 아버지 편이고 싶다. 내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기꺼이 즐겁게 배불뚝이 몸으로 물속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건강세상네트원크 운영위원 조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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