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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공공(公共)을 위탁하다?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15호(2022.11) 2022. 10. 31. 11:30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 최근 유령처럼 한국사회를 돌아다니고 있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공공병원을 대학병원 등에 위탁한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이 자기 역할을 잘 못하기 때문에 병원역할을 더 잘하는 대학병원에 위탁하면 좋은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신중했으면 한다.
    공공병원이 자기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학병원은 무슨 역할이 훌륭하다는 것인가? 이 문제를 우선 생각해보자.
    우선 대학병원은 왜 치료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고 환자가 몰릴까?

    공공병원도 대학병원처럼 난치병환자 치료를 잘해서 소문도 나고 환자도 많이 몰리면 좋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병원과 공공병원은 같은 진료를 하지만 설립 목적이 전혀 다르다. 


    대학병원은 교육과 연구를 위해 첨단의료를 빠르게 도입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난치병 치료기술 발전을 위주로 보건의료체계를 이끌고 있다. 물론 이는 필요한 일이지만 대학병원위주로만 의료체계가 발전하게 되면 공공병원의 고유 설립목적은 설자리가 어렵게 된다. 

    공공병원은 지역사회를 책임지고  지역의료계 및 보건소와 연계하여 질병예방사업, 취약계층 돌봄, 분만과 충수돌기염수술 등 흔한 질병에 대한 필수의료 역할(수익성이 낮아 흔히 포기하기 쉬운 진료영역)을 담당하는 설립목적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메르스나 코로나19 같은 신종감염병 초기 대응 및 대량 환자 발생시 지방정부와 손을 맞춰 긴급한 행정의료에도 기동력있는 대응을 담당한다. 이러한 기능은 대학병원이 대신하기 어렵다.


    또 한가지 짚어야 하는 문제는 위탁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이다. 즉, 위탁은 수익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공공" 병원 앞에 바로 "시장화" 혹은 "상업화"라는 수식어를 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상업화된 공공병원" 혹은 "시장화된 공공병원"이 된다. 지자체의 재정보조가 필수적인 공공병원이 아니라 "스스로 수익을 내고 다른 민간병원처럼 자체로 운영"해나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지자체는 병원 운영에 그만큼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병원 위탁은 공공병원 운영에서 "공공"의 영향을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위탁을 하게 되면 공공병원 원장 선임부터 경영진까지 모두 위탁을 맡은 대학병원에서 뽑아 운영하게 되는데 관할 지자체 및 지역 시민들의 의견 보다는 위탁맡은 대학병원 의견에 치우치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공공병원 위탁이 아직 코로나19의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성남의료원을 비롯하여, 대구의료원 서산의료원 경북도 의료원 등에서 대학병원에 민간위탁을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도대체 대학병원처럼 최첨단의료를 많이 만들어 환자가 많이 몰리고 수익을 거둬서 시도청에서 돈안줘도 되는 병원을 운영하라고 한다면 공공병원은 처음부터 왜 만들었단 말인가?


    보건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시도 지방정부를 점검해서 시도립병원들이 민간위탁을 모두 중지하도록 하고 제대로 공공운영을 하도록 지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공공적 운영을 제대로 하도록 지도 감독하여야 한다. 

    결론을 내보자면 공공병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고유의 공공적 설립목적에 맞게 세금을 가지고 투자하여 지자체의 보건행정 및 주민의 민주적 의견수렴을 통해 공익의 목적에 맞게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병원이다. 때로는 수익과 무관한 질병예방 진료에 앞장서기도 하고 장애가 있거나 소득이 없어 의료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진료에 투자를 하기도 한다. 또한 전체 보건의료이용에 모범이 되는 의료 즉, 저렴한 본인부담만으로도 충분히 질적으로 우수한 의료를 선도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가족간병이 필요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공공병원이 자기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비록 초기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공공병원 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금 어려움을 겪는다고 다른 대학병원에 위탁을 쉽게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한가지 더 언급해보자면 이번 서울특별시가 공공보건의료재단을 서울의료원에 위탁한다고 한다.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다.  공공보건의료재단은 공공병원은 아니지만 공공병원과 보건소 및 동주민센터, 민간병의원 약국 등과 긴밀한 연계 협력을 연구하고 앞장서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만든 법인이다. 이미 동경이나 뉴욕시 등 선진 도시에서 시립병원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책연구와 협력사업을 위해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을 연구하여 서울시에 맞는 방식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공보건의료재단을 왜 진료기능을 위주로 공익적 운영하는 서울의료원에 위탁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는다. 서울의료원은 중랑구에 위치한 시립병원으로서 12개나 되는 서울시 시립병원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다른 시립병원 그리고 25개 자치구 보건소 및 서울시 보건의료 직능단체와 협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을 서울의료원에 위탁하는 것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재단의 기능을 어떻게 활성화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투자할 생각하기보다 무조건 효율이라는 논리로만 공공보건의료재단을 통폐합하려는 것은 민간위탁 만능이라는 반공공성 논리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나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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