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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개마당] 건강의 집의원 방문의료클리닉, 홍종원 선생님 인터뷰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 5.6월호 2020. 6. 12. 13:31

    ‘건강의집의원 방문클리닉(이하, 건강의집의원)’은 중증장애(1~3등급)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기 위해 2019년 3월 개원한 의원입니다. 건강의집의원의 홍종원 원장은 2012년부터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강북구 번동에서 마을주민들과 마을공동체 및 지역활동 조직 등 다양한 주민건강권 활동 및 사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전국 최초 장애인 방문진료의원인 ‘건강의집의원’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인터뷰 코너를 기획하였습니다.

     

    Q. 선생님 이력이 특이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선생님에 대한 소개와 이력에 대해서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건강의집의원 방문의료클리닉 대표원장 홍종원입니다. 2011년에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면서 2012년부터 서울 강북구 지역에서도 마을공동체 및 지역 활동 등에 참여했어요. 당시는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작하던 시기였어요. 2148번지 일대는 오래된 주택 밀집지역으로 당시 강북구 보건소에서 근무하시던 김창오 선생님께서 건강친화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셨던 사업 대상지였어요. 건강 문제를 마을단위에서 접근하고 관계로 풀어가고자 하는 사업이었고 저도 오며 가며 주민들을 만났어요. 이전부터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고 2014년도 공중보건의 복무과정을 마치고는 번동에 살면서 이것저것 활동을 모색하게 되었어요. 청소년 프로그램, 마을축제, 마을사랑방(건강의집) 운영, 어르신 돌봄, 청년공동체 및 청년주택 등등 활동이 이어졌죠. 큰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이 전혀 아니었어요. 그저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가며 배우고 실현해보자는 작은 생각을 가졌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2018년 쯤 되었을 때 방문 진료를 전문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이유는 국가에서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방문 진료를 허용 하더라구요.

     

    Q. 작년에 ‘건강의집의원’을 개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곳인지 설명 좀 해주세요.

    2018년도 7월 쯤 비슷한 생각을 나누던 김창오 선생님을 만나 (종종 만나 왔었죠.) 구체적으로 방문 진료 전문 의원을 구상했어요. 번동이 익숙하기도 하고 장애인, 취약계층이 밀집해서 사는 지역이기도 해서 20193월 번동에 건강의집의원 방문의료클리닉을 열었어요. 일단 중증장애인들을 방문진료 합니다. 등급제 폐지 이전에 1-3급 장애인 분들이시고 정도가 심한 장애로 분류된 분들이죠. 장애 유형은 다양합니다. 지체장애 뿐 아니라 정신장애, 뇌병변, 발달 장애 등등 모든 유형의 대상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 맥락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20191227일부터 일차의료왕진제도가 생기면서 거동 불편한 노인 분들에게도 왕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03월부터는 가정간호센터를 운영하며 비위관, 도뇨관 교체 등 전문 가정간호 처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운영 원칙과 목적은 방문 진료를 전문으로 한다. 드물게 예약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외래 진료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방문 진료에 집중하고자 하는 취지구요. 3일 정도는 시간을 방문 진료에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기관 연계, 네트워킹, 연구 등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요즘에 하는 생각은 이런 것들이에요. 소진되지 말자. 즐겁게 일하자. 너무 많은 일을 하지 말자. 국내 최초 방문 진료 전문 클리닉으로서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건강의집의원’을 개원하게 되셨나요?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개원준비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움이 너무 많았죠. 병원을 열기에는 경험이 너무도 부족했죠. 그리고 선례가 없다보니까 어떤 방식으로 세팅을 해야 할지 고민이 너무 많이 됐어요. 그리고 외래진료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니 당장 수익이 매우 적어서 운영이 가능할지 걱정되었죠. 시간이 지나고 대상자 수가 늘면서 운영할 정도는 돼요. 하지만 수익을 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초기에 비용을 줄이고 발로 뛰면서 직접 알아보고 필요시에는 손수 인테리어 작업을 했죠.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도 않았죠. 한 분, 한 분에게 집중하고 수익으로 확산되지 않아도 방문 진료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관계망을 차근차근 확장해갔죠. 우리가 선구자라는 생각으로 했죠. 우리가 하는 것이 처음으로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약간의 사명감을 가지고 했죠. 원래 지역 활동을 해왔던 것을 경험으로 했어요. 병원을 개원하는 일반적인 의사의 자세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생각을 가지고 했죠. 작은 일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관계로 해결하려고 했어요. 병원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병원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현재 운영하는 것 까지 결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배우고 충실히 하려고 했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Q. 2018년도에 복지부에서 장애인 주치의 제도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거 같은데요. 간단하게 장애인 주치의 제도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세요.

    중증장애인은 주치의를 지정해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필요시에 방문 진료도 년 12회 가능하구요. 만성질환 관리 등을 담당하는 일반건강관리 주치의와 장애 유형에 따른 전문 진료를 담당하는 주장애 주치의 두 명에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12회 방문 진료를 통해서 단순히 치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교육 및 상담을 할 수 있어요. 2018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서 2020년부터는 본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인분들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서 건강관리가 잘 안되기 때문에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많은 의사들이 주치의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당사자분들도 잘 모르는 게 문제죠. 당사자분들의 만족도는 높아요. 저희도 1년이 넘게 관계를 맺으신 분들과는 매우 친하죠. 이런 관계가 주치의 관계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어요. 병원에서만 만났으면 분명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일 텐데 집에 가서 진료를 하다 보니 삶을 다 보게 되요. 살아가는 환경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른 척 하지 않고 포괄해서 접근하려고 하죠.

     

    Q. 건세와 인연은 아마도 제가 2016년도 시민의회 프로젝트 하면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거 같은데요. 혹시 가까운 미래에 건세와 함께 했으면 좋을 사업이 있다면 제안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건세와 인연을 맺게 되어서 영광이죠. 김재천 활동가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찾아주시고 잊지 않고 때때로 연락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단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약간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드리면 사실 건세 활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요. 여러 훌륭한 선배 활동가들은 제도권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지만 지금의 건세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꼭 활동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드러나지 않고서 건강세상에서 소외된 분들 곁에 건세가 있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고민인데 건강 영역에서 시민운동은 어디를 지향해야할까요? 건세가 가는 길이 아마 그 길일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건세와 제가 소외된 분들 곁에 함께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좋은 활동 기대합니다. 건세의 존재만으로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편집자 에디팅] 홍종원, 김창오 (건강의집의원에 계신 두 분의 의사)

     

    편집자: 보통 방문진료 가시면 얼마나 체류하시는 거에요?

    홍종원: 초기에는 길면 2시간도. 처음에는 길었어요. 기본 1시간이고, 초기에는 더 그랬어요. 저희는 시간도 많고 저희는 그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가서 하시는 얘기를 다 들어보죠. 재진을 가면 그 시간은 줄죠. 15분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꽤 많은 면담을 하죠.

     

    편집자: 그럼 방문진료 다니시면서 의료인으로서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상황이나 어려움이 있었나요?

    김창오: 그분들은 단순한 장애만 가지고 계신게 아니라 질병들이 복합이고, 신체적, 정신적, 가족환경, 주거환경 등 모든게 복합이에요. 치료라는 개념으로만 접근을 하면 자괴감에 빠지고요.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인간에 대해서 배우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한 달에 한 분씩 주기적으로 돌아가세요. 저희가 만나는 분들은 정말 취약하고 겨우 겨우 버티고 계신 분들이에요. 많이 느끼고 배우죠. 요즘은 인간에 대해서, 고통,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죠. 또 한편으로는 연구자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는 것들을 더 확대할 수 있을까 정책적인 부분이나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고,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연구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는 생각도 있고 건세와 같은 시민운동단체들과의 소통면도 늘리고 싶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홍종원: 다니다 보면 제가 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은데, 대부분 만나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된 고립된 그런 분들이고, 또 그런 분들이 의뢰돼요. 그런분들을 보면“이렇게 밖에 살수 없는가”라는 생각에 화도 나고, 과연 내가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어려움과 한계를 많이 느껴요. 자괴감도 들고.. 그런데 다니다보면 정말 많이 배워요. 아픈 이들의 삶과 죽음들을 만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걸 느껴요.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감사하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도와드리는 부분도 생길 거 같고 그래서 계속 해보려고 하는거고. 어려움이 많은데... 숙제가 많은데요. 방문진료를 잘해야 하는 숙제, 우리의원을 잘 운영해야 하는 숙제 그리고 이 활동을 알린다거나 연구를 한다거나 하는 숙제가 있는데. 이런 숙제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편집자: 아까 건세같은 시민운동단체와의 소통도 하고 접촉면을 늘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건세에 제안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좀 갑작스럽긴 하지만요.

    김창오: 저희가 하는 방문진료와 같은 형태에 대한 요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권리로써 주장하는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의료현장이나 지역에서 시민과 환자들이 겪는 문제들.. 의사와 환자의 권력관계라든지 시민들이 겪는 실질적인 건강권의 문제들 미시적이지만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홍종원: 방문진료가 필요한 사각지대가 많아요. 특정질환을 가진 소아들이라든지 에이즈환자 라든지 이런 소수자분들 중에 방문진료 형태의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들이 있어요. 특수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더 많이 의료사각 지대에 놓이게 되고.. 이런 대상과 영역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 내는 활동이 건세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창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지난 30년간 집중에 왔는데, 이제 그 다음 이슈는 제 관점에서는 의료를 돌봄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고, 현장에 가보니까 이제는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일부분이고 돌봄.... 노인인구도 늘어나고.. 돌봄시간의 연장이죠. 지금 3시간이지만 8시간까지 늘어나면 그분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건데, 요양시설 안 가도 될 수 있거든요. 정말 가야 할 사람들만 가고.. 그래서 돌봄시간연장에 대한 요구를 만들어 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건세가 그런 목소리도 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홍종원: 돌봄 영역은 이제 보편적인 이슈라 연대가 필요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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