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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리스추모제]추모발언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10호(2021.12) 2021. 12. 22. 13:36

    2021홈리스추모제 _ 추모발언①

    12월 22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2021 홈리스추모제에서 양동쪽방주민회 장례위원 이차복님의 추모발언입니다.  

    ▲서울 중구 양동(남대문로5가)에 있는 폐쇄된 28가구가

       생활한 쪽방건물

     

    안녕하세요 저는 양동 쪽방 주민회 이차복입니다. 

    남대문 5가 양동 쪽방촌은 민간개발이 추진돼서 저희들은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양동 쪽방 주민회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주민회에서 장례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금년에만 양동 쪽방촌에 살다 돌아가신 분이 스물 아홉 분이나 됩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평균 연령이 48세 뿐이 안됩니다.  한 마을에서 스물 아홉 명이나 사망했으면 뉴스에 나올 법도 하지만 우리 쪽방 주민들은 아무도 모르게 외롭고 쓸쓸히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분 대부분이 무연고 사망자 입니다 .

     

    양동 쪽방 주민회는 주거권을 위한 모임이지만 쪽방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분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는 것 또한 주민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공영 장례를 치러드리고 상주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주민들은 뭐하러 장례까지 쫓아다니냐고 타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고자도 없이 외롭게 떠나간 사람들한테 그 술 한잔 따라주는게 뭐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나 역시도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그런 허망감과 안타까움이 들 뿐입니다. 쪽방촌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끼니를 제때 찾아먹기 힘듭니다. 부엌 설비도 열악하고 인스턴트 식품으로 식사를 때우고 그러다보니 암이 와도 암이 오는 지도 모르고 삽니다. 그런 것들을 비관해서 술에 빠져 살기도 합니다.

     

    저 자신도 IMF로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를 맞고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고 건강이 나빠져 헤매다 정착한 곳이 이 쪽방입니다. 저 역시도 한때는 술로 괴로움을 달랬으나 지금은 이를 꽉 깨물고 참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미 손 쓸 수 없이 건강이 나빠진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쪽방이 마지막 방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제가 사는 쪽방건물은 서울시에서 위탁운영하는 저렴 쪽방입니다.  사람이 죽어서 나갔어도 새 사람이 들어오면 받습니다. 다른 쪽방 건물은 이제 개발을 할 거라고 사람이 죽어 나가면 문을 봉해 버립니다 그런 것을 보면 인생이 참 허무합니다. 마지막 사는 방에서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에서 생을 마치면 좋겠습니다. 현재 양동에서 추진되는 개발 과정에서 쪽방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합니다 아파트식으로 된 방이 첫째 필요하고 둘째로 반찬이라든가 시스템화된 식사 여건도 필요합니다 사람다운 삶을 꾸릴 수 있는 마을이 만들어져서 더 이상 외롭고 쓸쓸하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금년 돌아가신 주민들 이름 부르며 마치겠습니다. 

    확인 가능한 16인이고 양동쪽방주민회는 이 중 14인의 공영 장례를 함께 했습니다.

     

    김문수 님 최선주 님 강호국 님 최진순 님 임재현 님 김재용 님 이종옥 님 이용상 님 조남식 님 방성도 님 윤필선 님 정영남 님 정충홍 님 남득우 님 김생광 님 송명성 님 영원히 추모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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