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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성명]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3주기, 여전히 집없는 이들은 죽어가고 있다
    보도자료 2021. 11. 9. 11:45

    2018년 11월9일 오전 5시께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3주기, 여전히 집없는 이들은 죽어가고 있다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국일고시원에서는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중년 남성으로 생계를 위해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적절한 소방시설은 커녕 창문조차 없는 좁은 방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올해 10월 26일 국일고시원의 원장이 고시원의 소방시설 유지 관리를 소홀히 하였다는 이유로 금고형이 선고되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지나간 죽음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화재 직후 정치인들과 관련 부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집 없는 이들의 삶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집 없는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며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

    참사의 책임은 고시원장에게만 있지 않다

    10월 26일,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국일고시원 건물의 소방시설 유지·관리를 소홀히 해 고시원 화재의 인명피해를 키운 국일고시원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인정하여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전열기 사용 부주의로 화재를 일으킨 혐의를 받은 고시원 거주자는 폐암으로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이미 종결되었다.

    그러나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는 온열기구에 의지해서 겨울을 버틸 수밖에 없었던 고시원 거주자와 건물에 대한 권한이 없는 고시원장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화재 발생 전 고시원장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을 통하여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자 하였지만 건물주가 설치를 거부하였다. 소방공무원은 고시원 소방안전시설 점검시 비상벨과 화재감지기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점검표에 ‘이상 없음’ 이라고 허위 기재하였다. 

    국가 역시 노후된 고시원들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비적정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고시원 등 비적정주거환경에서의 안전설비 설치 책임을 건물주의 재량에만 맡겼으며,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적절한 주거정책을 마련하지 않아 집 없는 이들이 창문조차 없는 좁고 위험한 고시원을 거처로 삼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국일고시원 참사는 모두가 만들어낸 비극임에도 고시원장만이 처벌을 받았을 뿐 그 외의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없었으며, 책임있는 대책마련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비하고 지지부진한 후속 대책

    국일고시원 참사에서 화재의 피해가 커졌던 것은 고시원의 화재감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출입구 외에 비상대피로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창문이 없는 방에 거주하던 사람들에게는 창문을 통해 건물을 탈출한다는 최후의 선택지도 없었다. 즉, 비적정 주거의 열악한 환경이 참사의 주된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서울시는 국일고시원 참사 이후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언론 보도를 통하여 고시원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였으나 기존의 노후 고시원들에 대해서 강제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2020년 4월 국토교통부는 고시원이나 고시텔 등 ‘다중생활시설’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하기 위해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개정된 내용은 ‘제3조(지역별 기준 설정)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2조의 기준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중생활시설의 최소실 면적, 창 설치 등의 기준을 정하여 권장할 수 있다’를 신설한데 불과하여 어떠한 의무조항도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맡겨 중앙정부의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선안이 지지부진하게 마련되는 동안 집 없는 이들이 머무르는 곳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2020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소재 고시원에서 총 144건의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소방재난본부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인명 피해가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2020년 6월 소방시설법과 다중이용업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영업개시일과 상관없이 모든 고시원이 2022년 6월 30일까지 간이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었으나, 그 기간 전까지의 화재 발생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적정주거의 공급이 답이다

    전국에 국일고시원과 다를 바 없는 쪽방, 여관·여인숙, 고시원, 고시텔 등 다양한 이름의 비적정주거가 집없는 이들의 거처로 쓰이고 있다. 열악한 난방 때문에 사용하는 전열기구 사용으로 인한 화재, 열악한 취사환경으로 인한 가스폭발 등으로 인해 화재가 잦음에도 스프링클러 설치, 창문 설치, 비상대피구 마련 등의 주거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열악하고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인 집 없는 이들에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상황에서 ‘비적정거처’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긴요하다. 방역 상 문제로 무더위쉼터는 폭염 대책이 될 수 없었고, 한파를 대비하고자 설치된 노숙인 응급잠자리는 집단밀집환경으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을 확산시키기도 하였다. 집 없는 이들이 폭염, 한파, 감염, 화재 등 각종 위기에 너무나 취약한 ‘비적정거처’를 더이상 선택하지 않도록 적정한 입지와 설비, 비용의 조건을 갖춘 임대주택의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영등포, 부산, 대전, 용산구 동자동 쪽방지역에 지정된 ‘先이주 善순환 공공주택사업’을 전국 모든 쪽방지역으로 확대 적용하여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적용 대상과 기간이 협소해 사각지대가 큰 다중생활시설건축기준을 넘어, 모든 비적정 주거를 포괄하는 주거, 안전기준을 수립하고 적용해야 한다. 집이 없어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동짓날을 앞두고 모인 우리는 이처럼 국일고시원과 같은 참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바이다.

     

    2021. 11. 8. 

     

    2021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건강세상네트워크, 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나눔과나눔, 나눔과미래,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동자동사랑방, 두루두루배움터,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단법인길벗사랑,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옥바라지선교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재단법인동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종로주거복지센터,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홈리스행동, 화우공익재단, (후원)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  이상 23단체(2021.11.08.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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