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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공약으로 본 시민건강의제 분석 토론회 후기
    행사 2025. 6. 5. 16:33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025년 5월 30일(금) 오후 7시 30분, 스페이스 유엠과 ZOOM을 통해 「대선 공약으로 본 시민건강 의제 분석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의료정률제, 청년·장애·여성 건강, 공공의료 등 주요 의제를 시민건강권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약 분석 발제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21대 대선 국면에서 본 민주주의와 건강권_전진한.pdf
    7.13MB

     

    공약분석 발제 -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전진한 님은 이번 발제에서 현재 의료정책의 방향성과 대선 후보들의 공약, 그리고 의료 민영화 흐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바탕으로, 공공의료의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먼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이 의료 공공성 확보보다는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한 조치임을 지적하며,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접근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재명·권영국 후보는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공약했지만, 이 중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필수 진료과와 지역 의료 인프라의 부족이 구조적 문제이며, 의료인력 자체보다 공공의료기관의 부재와 민간의료 중심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응급실조차 없는 지역이 전체 국토의 3분의 2에 이르고, 특정 진료과 전문의는 지역에 단 한 명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꼽으며, 현 제도가 고령층·농어촌 주민을 비경제적으로 취급해 공공병원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권영국 후보는 공공병원 100개 확충, 예타 면제 등 적극적인 공약을 제시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울산 의료원 외에는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이 OECD 최하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의료 쇼핑’이나 ‘도덕적 해이’ 같은 표현으로 환자를 탓하는 흐름이 있으며, 이재명 후보 역시 보장성 강화에 대해 뚜렷한 공약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의료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비대면 진료 확대,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완화가 사실상 대기업들의 의료시장 진입을 돕는 수단이라고 비판하며, 이는 의료 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해외 사례로 캐나다를 언급하며, 비대면 진료가 의료 영리화와 정보 유출,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진 현실을 소개했습니다.

     

    한편,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외국인에게 전가하는 혐오 선동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중국인을 표적으로 한 ‘무임승차론’은 통계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며, 외국인 다수가 실제로는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도 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못해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전진한 님은 이러한 의료 민영화와 복지 축소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극우 정치와 맞닿아 있다고 말하며, 이는 단순히 정권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이며 세계적인 흐름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민 행동과 대중운동, 그리고 공공의료 강화라는 분명한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주제별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의료급여 정률제 -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정성식 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23년 7월 갑작스럽게 의료급여 정률제 도입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며 다양한 방식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며, 최근에는 6월 입법예고, 10월 시행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률제는 기존의 정액제보다 본인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는 위험한 변화라는 점에서 단순한 비용 문제 이상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제도가 “의료급여를 시장 논리로 바꾸는 것”이라며, 정책의 방향성과 내용 모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의료급여 정률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집권 이후 더 정교한 방식으로 제도를 추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임을 자임하는 상황에서, 제도의 철회는 결코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식 님은 2007년 정액제 도입 당시에도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시행된 전례를 언급하며, 지금은 시민사회의 대응 역량이 그때보다 더 약화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기여자 중심의 복지’라는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며, 이는 정률제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페미니즘·장애운동·퀴어운동 등 최근 사회운동의 담론적 확장은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식 님은 우리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복지 제도를 재정의하고 보편적 의료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률제 추진 저지를 위한 단기적 대응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의료급여의 보장성 강화와 수급자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청년 건강 - 김지민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

    김지민 님은 이번 토론회에서 2025년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내놓은 다양한 청년 공약들을 살펴보며 여전히 청년의 삶과 건강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라는 말로 토론을 시작한 김지민 님은, 성별·성정체성·장애·지역·돌봄 책임 등 청년을 구성하는 요소가 너무나 다양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존재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논의하는 청년 정책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김지민 님은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청년 정책이 여전히 일자리, 자산 형성, 주거 지원, 대출 확대 등 경제 중심의 일회성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건강에 관한 공약 역시 의료 접근성, 건강보험 재정, 비대면 진료 등 보건의료 중심의 협소한 영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건강권의 관점은 거의 부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김지민 님은 청년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넓고 깊은 관점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1. 평등한 노동권이 보장될 때 건강한 삶도 가능

    김지민 님은 현재의 청년 정책들이 대부분 ‘정상 노동’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아프거나 돌봄 책임이 있는 청년들, 특히 여성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인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시간 노동, 고강도 근무, 성차별적 임금·승진 구조는 여전히 일상적인 현실이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 규제, 유급 병가, 상병수당, 차별금지법 제정 등은 대부분의 대선 공약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평등한 노동권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후보는 권영국 후보가 유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2. 소외된 청년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

    김지민 님은 ‘청년’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지만, 성소수자, 여성, 장애 청년, 지역 청년과 같은 존재들은 그 안에서 너무 쉽게 지워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김문수 후보는 여성이나 장애인을 위한 별도 공약을 일부 제시하긴 했지만, 대부분이 폭력 대응 등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성평등한 노동 환경이나 정치 참여 보장과 같은 포괄적인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권영국 후보만이 재생산권 보장, 차별금지법 제정, 성평등부 확대 등을 약속하며 페미니스트 후보를 자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3. 심화되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무관심

    최근 몇 년 사이, 청년들의 고립·은둔·우울·자살 위험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상담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부 후보가 고립청년 지원을 공약한 바 있으나, 불안과 정신적 고통의 구조적 원인인 사회적 차별과 안전망 부족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정신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4.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참여와 기회의 확장이 필요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늘 ‘청년의 목소리’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청년만을 선택적으로 대변하곤 합니다. 여성·성소수자·장애청년의 목소리는 언제나 배제되거나 무시됩니다. 김지민 님은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시민건강권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단체들이 연대하는 정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소외와 무기력감을 딛고, 청년이 주체가 되는 사회적 연대의 장을 만드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 건강 -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회 위원장)

    https://sadd420.notion.site/20330299ca1a8072934be57d0495947d

     

    대선공약으로 본 시민건강 의제 분석 토론회 | Notion

    대선 공약으로 본 시민건강 의제 분석 토론회

    sadd420.notion.site

     

    김신애 님은 이번 토론회에서, 2025 대선이 장애계와의 여러 정책협약식을 통해 기대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약은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기엔 너무나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선거 토론 과정에서조차 ‘장애’는 혐오와 낙인의 언어로 소비되었고,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에 책임 있게 응답하기보다 무책임과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습니다.

     

    후보들의 장애인 건강권 공약을 비교해 보면, 이재명 후보는 기존 제도 확대에만 머물렀고, 김문수 후보는 수치를 제시하며 구체성을 드러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유일하게 구조적 개혁 방향을 제시한 후보는 권영국 후보였습니다. 권 후보는 지역 기반의 의료 연계 체계와 장애인 간병비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며, 실질적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현행 장애인건강권법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료 미충족률은 17%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 건강 지표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 접근성은 여전히 낮고, 기대를 모았던 장애인 주치의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심지어 중증장애인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조차 거부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한 사례에서는 중증중복장애인이 수술 후 간병비 부담에 시달리다 지역 단체의 권익옹호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어렵게 허용받았습니다. 하지만 입원 60일이 지나면 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되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김신애 님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장애인 건강권이 ‘공급자 중심’에서 ‘당사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과 공급자 중심의 수가 체계 속에서, 장애인이 “치료받지 못해 죽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 건강권 운동도 본격적으로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김신애 님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이 문제의식을 더욱 넓히고 함께 투쟁의 동력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지역 및 공공의료 - 진재원 (웅상 공공의료원 설립 추진운동본부 공동대표)

    이번 토론회에서 진재원 님은 경남 양산 웅상에서 일하며 ‘웅상 좋은 공공병원 만들기 운동본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언을 전했습니다. 진재원 님은 대선 과정에서 ‘공공병원’에 대한 뚜렷한 공약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워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부터 시민들과 함께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의 소외된 지역일수록 공공병원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고, 공공의료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데까지도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점을 체감해왔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진재원 님은 “비록 작은 지역이지만, 이곳에서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을 차근차근 알려나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덧붙였습니다.

     

    비록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일상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공공의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결국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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