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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조차 아프다고 해고카테고리 없음 2024. 9. 9. 15:31
- 발언3. 이유미(전 서울시사회복지법인 보육사)
: 서울시 사회복지법인에서 근무하다 중 서울형유급병가를 써보려 했지만 나가라고 하여 퇴직한 사례
서울시 산하 사회복지법인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사로 일했습니다. 오래 근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사랑도 주고 돌보는 직업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작년 여름, 유방암 3기말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였지만, 서둘러 암 제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현재도 병원에 통원하면서 방사선 치료 중입니다.
제가 작년 여름에 몸의 이상을 느끼고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 ‘유급병가’ 제도가 있다는 것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어, 우리 시설의 원장님에게 병가를 신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유급병가제도>를 안내한 문서에 따르면, ‘연 60일 범위내에서 병가를 사용할 수 있고, 입원이나 수술, 통원치료 등 사유 발생 시 진단서를 시설에 제출하면 시설장 승인을 거쳐 사용’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또 ‘출근이 불가능할 정도의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될 때 시설장 승인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장은 “아프다고 병가를 내면 어떻게 하냐?”, “우리 시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하였고, 심지어 ”정말 이기적인 것 아니냐”. “지금까지 병가 낸 사람이 하나도 없고, 우리는 병가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안된다고 거절한 것도 모자라,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퇴사를 종용하였습니다.
우선은 수술과 치료가 급해서 공공운수노동조합에 상담과 도움을 받아 무급 병가를 얻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노조에서 저를 대신해 서울시 지원의 유급 병가를 위해 서울시 담당자와 시설장과 몇 개월 소통하였지만, 서울시는 유급병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시설장의 승인인 것으로 시설에 책임을 전가하였고, 시설장은 시설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결국은 유급병가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유급병가제도 문서를 보면, “이 제도는 법적 근거가 아닌 서울시책에 따른 복리후생제도로서 반드시 관련 규정 제정 후 규정에 근거하여 시행해야 하며, 기관의 운영과 사업 특성에 따라 실시하지 않는다고 하여 시설(장)에 불이익한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되어있습니다.
즉 시설장 승낙 없이는 불가능한 제도인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에 거주하는 영세근로자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입원 및 검진 기간 못 번 생활비나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상병수당일까요? 이마저도 기준이 중위소득 100% 이하의 소득 기준이 있었는데 그 돈이 200만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보다 조금 더 받는다는 이유로 자격조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사실 암 선고 이후 조금의 보장도 받지 못하고 결국 퇴사하였지만, 저처럼 이런 피해가 더 없도록 법적으로 분명하게 제도가 개선되길 바랍니다. 사업주가 승낙하지 않아도, 최소한 국가가 일하다 아픈 사람들을 차별 없이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유급병가제도를 강제하고, 상병수당을 의무적으로 지급하여 아픈 사람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치료받고 복귀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유미 ( 전 서울시사회복지법인 보육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