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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소득걱정·해고 걱정없는 ‘아프면 쉴 권리 보장’ 사업 필요성카테고리 없음 2024. 9. 2. 16:21
1 배경과 사업필요성
(1) 아프면 쉴 권리 보장 배경
○ 아프면 쉬어야 하고 쉬면서 건강을 돌보는 것이 당연함에도 한국에서는 쉬운 일이 아님. 세계 순위권 안에 드는 장시간 노동, 성과 압박, 질병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거나 무능으로 여기는 문화 등으로 다수의 노동자들이 아파도 일터로 나가고 있음.
-몸이 아파도 출근하는 프레젠티즘(presentism)은 노동자 개인의 건강악화는 물론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 프레젠티즘은 노동자 개인의 성향이나 인식부족 때문이 아니라 병가·휴가에 대한 접근성, 성과를 강조하는 작업장 규율이나 조직문화, 대체인력부족, 고용관계에서의 취약함, 생계 수단의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 할 수 있음. 제도화되어 있어도 계약이나 일당, 대체인력 등과 직결되어 있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제도 이용이 어려움. 상병수당 적용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업무조건과 업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프면 쉴 권리’의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음.
○ 많은 한국의 노동자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음.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노동자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적병가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 OECD 국가별 ‘1인당 연간 병가일수’ 자료를 보면, 한국 노동자 1인이 1년동안 사용한 평균병가일수는 1.2일로 (2019기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음(영국 4.2일, 이탈리아 5.9일, 미국 7.4일, 캐나다 8.5일, 독일 11.7일) 이는 아프면 쉴 권리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임. 최근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준) 설문조사(전국 15세 이상 1천명 대상.)에 의하면 응답자 88.2%가 ‘아파도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함. 취업규칙에서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비율은 7.3%이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우 유급병가는 3%(무급은 47.9%) 100인 미만사업장에서는 0.8%에 불과함(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 391호).
(2) 아프면 쉴 권리 보장 실태
○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의 ‘아프면 쉴 권리’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상이나 질병, 즉 ‘업무상 상병’의 경우에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을 뿐, 업무외 상병에 대해서는 공무원 등 소수의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법적 권리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
- 공무원의 경우, 업무외 상병에 대해서도 60일의 유급병가, 그 이후 1년 이내(부득이한 경우 1년 연장 가능)의 유급휴직(1년 이내 기본급의 70%, 1년 초과 기본급의 50% 지급)으로 제도적 보호를 받고 있음. 공무원이 아닌 교원은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인한 장기요양 휴직, 직무와 관계없는 부상․질병 시 급여지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음. 다만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약 7%에 불과함.
- 공무원이 아닌 임금노동자의 경우, 업무외 상병 휴가나 휴직은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통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음. 그 결과, 업무외 상병에 대한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의 비중이 낮고, 병가제도 운영 또는 유급 여부가 사업장 규모나 노동조합 존부 등에 영향을 받고 있음. 2020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의하면, 유급 여부를 막론하고 업무외 상병에 대한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 비율이 21.4% 정도로 낮게 나타남. 또한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5인 미만 사업장 12%, 1,000인 이상 사업장 96.7%),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일수록(無노조 19.8%, 有노조 80.2%) 병가제도 운영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남.
- 병가제도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법정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여 쉴 수 있으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법정 연차유급휴가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외 상병 발생 시 사용 가능한 제도가 없음. 또한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의 경우라도 1주 이내의 가벼운 상병에 대해서는 다수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고 있고(60.5%), 병가기간을 초과하여 요양을 지속해야 하는 경우 일자리 상실 위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됨.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의 경우 병가기간을 초과하여 요양을 지속해야 하는 경우,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28.6% 정도로 나타남.
- 특수형태노동종사자, 플랫폼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은 업무외 상병으로 인한 휴가제도나 소득감소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없음. 일을 쉬게 될 경우 그 날의 수입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더 큰 대체인력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하여 낮은 종사자 평가점수를 받게 됨에 따라 일감 제한, 자리배치의 불이익 등을 받기도 함. 소득이 적은 영세자영업자, 1인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본인이 일을 쉬게 되면 해당 기간의 소득이 전면 상실되므로 일정기간 영업을 중단하기는 커녕 병원에 갈 시간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
(3) 아프면 쉴 권리 제도 도입 경과와 현황
○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상병수당 규정이 오래전부터 포함되어 있었지만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집행이 되지 않고 있음.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도입되면서 한국사회에서도 아프면 쉴 권리가 제도화 되어가려는 조짐이 보였으나 다시 제자리임.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보편적 건강보장’이라는 제도의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보장성이 축소되고 있고, 2025년 예정했던 본사업도 2027년 이후로 미뤄졌으며 내년 예산 또한 58% 삭감예정임. .
- 2006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상병급여의 법적제공을 포함하는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으며 2012년 3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제3차 근로복지증진 기본계획’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상병휴직제도 마련 계획을 발표함. 2013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국정감사정책자료집을 통해 상병급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2014년에는 사회양극화 문제해결과 저소득계층의 경제적 부담 해소 방안으로 고용노동부가 국정감사에서 상병급여 제도에 대한 검토를 제안함.
- 2010년대에는 상병급여 제도에 대한 검토를 고용노동부가 담당하였으나 2022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내용(“모든 임금근로자가 업무 외 상병에 대해 일정 기간 내에서 휴가 및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할 것”)이 불수용됨. 21대 국회에서도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 됨. 2024년 7월 이수진 의원실에서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준) 입법 과제 제안을 부분 수용하여 법안을 다시 발의함.
○ 2020년 7월 범부처합동으로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 준비 및 시범사업 추진이 포함되었고, 이어 노사정 사회협약도 체결되어 2025년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목표로 2022년부터 시범사업은 실시되고 있지만, 정부는 2025년 「2차 건강보험운영계획」을 통해 2025년 예정된 상병수당 본사업을 2027년 이후로 미뤄짐. 시범사업 예산 또한 올해 146억500만원에서 내년 61억4500만원으로 57.9% 삭감하겠다고 함.
- 2022년 7월 6개 지역에서 시작된 1단계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2024년 현재, 1, 2단계를 거쳐 올해 7월1일부터 3단계 사업에 들어갔으며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14개 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음. 24년 6월 30일 기준 8431명(1만 3252건)에게 평균 18.7일치 상병수당 86만3332원이 지급됨. 1단계 사업에는 없었던 대상자의 하위 50% 소득 기준이 2단계 사업부터 적용이 되었으며 저소득 노동자들이 신청을 많이 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3단계 사업에서도 대상자 소득기준을 적용하고 있음.
(4) ‘아프면 쉴 권리 보장’ 제도화를 위해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
◯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는 88만 3천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3%로 집계됨. 물가 인상 등 여러 가지 삶의 기본적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지고 있음.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시민사회의 관심과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
- 상병수당은 다른 사회보장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제도공백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함. 상병수당 제도 도입과 더불어 다른 사회보장 제도의 개혁이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함. 특히 법정 유급병가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함. 그렇지 못할 경우 상병수당의 대기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든 취업 인구 사이의 불평등은 피할 수 없음. 또한 노동자의 병가 사용을 빌미로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나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함.
- 건강 충격으로 초래되는 장단기 소득 상실을 보장할 수 있는 여타의 사회보장 제도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 특히 업무상 상병을 보장하는 산재보험의 경우 적용 사각지대가 존재할 뿐 아니라 적용 대상이라 해도 실제 인정과 수급에 이르기까지 많은 걸림돌이 존재함. 산재보험의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업무 외 상병뿐 아니라 업무상 상병에 대한 보장도 상병수당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있음. 이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사업주의 기여 회피와 부담 전가라는 점에서 재원 조달의 형평성과 연대성 원리를 저해하는 것이기도 함.
- 상병수당의 보편성을 확립하고 소득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함. 2단계, 3단계 시범사업은 적용대상을 소득하위50% 취업자로 한정함으로써 보편성이라는 중대 원칙을 훼손함. 급여 수준도 ILO가 권고한 하위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60% 수준의 정액 급여이며 최대 보장 기간도 120일에 불과함. ‘보편성’이 보장되지 않고 급여 수준을 낮게 유지된다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노동자들은 사업장의 기업복지(유급병가·질병휴직)나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상병수당 제도는 저소득층만을 위한 제도로 주변화되는 이중체계가 만들어질 것임. 또한 기여 부담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초래되고 제도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쇠퇴하며, 수급자는 사회적 낙인을 얻게 될 것임. 건강 충격으로 인한 취업 인구의 빈곤화 예방이라는 본래의 취지 자체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임.
-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울수록 정보 접근성이나 문해력이 낮은 계층은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청구를 위한 구비 서류와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의 제기 등 피드백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함.
- 설계 단계부터 재원 조달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함. 현재 시범사업은 국비로 조달되고 있지만, 향후 본사업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 어떤 방식으로든 상병수당을 위한 추가 부담이 필요한 상황임. 사회보험 방식으로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사업주와 노동자의 기여 분담률, 자영업자의 기여율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함. 재정추계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분담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 어떤 방식의 분담이 이루어지든 국가의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 상병수당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저소득 취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은 반드시 필요함.
- 상병수당 제도 도입 과정에서 ‘노사정 협약’이 이루어졌고 ‘제도기획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건강보험과 관련한 거버넌스 기구로서 이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존재함. 하지만 상병수당의 제도 설계와 시범사업 기획 과정에서 직접 수혜자인 불안정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하지 않음.
(5) 아프면 쉴 권리 법제화 필요성
○ ‘아프면 쉴 권리’는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과 국제노동기구(ILO)의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협약’(102호,1952년)의 권고사항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 법정 유급병가 제도와 상병수당 제도, 모두 갖추고 있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함.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아프면 쉴 권리’가 개인의 권리일 뿐 아니라 감염예방 등 사회 전반의 보건·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됨.
-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6월, 일하는 사람의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공적 상병수당 제도 도입 및 시행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등에 대한 권고를 함.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앞당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음.
- 유급병가가 보장되는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원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으로 유급병가가 보장되는 대기업, 교섭력 있는 노동조합이 갖춰진 사업장 등에는 유급병가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 그러나 작은 사업장이나 불안정노동자, 자영업자 등은 유급병가가 보장되지 못해 아파도 참고 일하거나 일을 쉬고 빈곤으로 내몰리는 상황임.
-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하여 법정유급병가와 상병급여의 법제화가 필요함.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으나, 좁은 대상자 범위, 적은 급여 액수 등 많은 한계가 있었음. 넓은 대상으로 포괄하고 지급되는 급여 수준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되어야 ‘아프면 쉴 권리’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임. 법제화로 규정해야 정권 교체나 정부의 정책 변화 등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유지가 가능함.
(6) 아프면 쉴 권리 제도화, 노동자·시민 홍보 필요성
○ 2024년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준)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80% 가까이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전국 15살 이상 1천명 대상). 반복되는 감염병 상황을 대비하고, 일하는 누구나 아프면 제대로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폭넓은 시민사회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함. 아파도 쉴 수 없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아프면 쉴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요구를 계속 모아나가고자 함.
- 2022년 1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아프면 쉴 권리 시민포럼을 구성하여 시민강좌등을 기획 추진했으며 2023년에는 지역순회 토론회, 간담회 등으로 확대하여 운영함. 2024년에는 공공상생연대 파트너 지원사업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50여개 단체와 함께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준)을 구성하여 소책자 발간, 홍보영상물 제작, 아프면 쉴 권리 인식조사, 상담센터운영, 정책워크샵, 국회 입법 과제 제안 등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홍보 활동을 지속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음
[참고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2023.04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상병수당 도입 경과와 함의
-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 결정 : 일하는 사람의 ‘아프면 쉴 권리’보장을 위한 권고 및 의견표명
-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제안 토론회 자료집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