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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저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11년차 상담사입니다.
    건강세상 소식지/건강세상7호(2021.06.) 2021. 6. 15. 14:32

     

    퀴즈 하나 내보겠습니다.

     

    전 국민의 주택, 토지, 건물, 사업소득, 연금소득, 근로소득, 이자배당소득, 자동차 종류, 연식, 출입국 이력, 병무청 이력, 장애 정보, 시설수용 이력, 이혼, 입양, 검진 이력, 임신분만예정일 등등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정보입니다. 지자체에서, 국세청에서, 병무청에서, 출입국사무소에서, 법무부에서, 병원에서 연계되어 오는 정보들을 전국 11개의 민간업체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열람해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바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입니다.

     

    내팽개쳐진 가입자의 개인정보

     

    저는 11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사입니다. “이런 개인정보까지 내가 볼 수 있다고??”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연차가 쌓일수록 무서웠습니다. 가입자 한 명이 전화가 오면 그 사람과 같은 보험증을 단 한 번이라도 같이 사용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소위 우리끼리는 증을 타고 본다라고 표현하는데 말 그대로 한 사람의 건강보험증에서 그 사람의 가족까지 타고 들어가다 보면 사돈의 팔촌, 심지어 동거인까지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건강보험 고객센터입니다.

     

    저는 11년째 늘 궁금했습니다. 왜 국세청, 병무청,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는 민간기업으로 전 국민의 정보를 넘긴 걸까?

     

    본질은 공공성강화, 본질 흐리는 노노갈등 프레임

     

    저는 한자리에서 11년째 일하는데 회사는 2년마다 바뀌고 그렇기에 늘 최저임금과 다를 바 없는 급여를 받습니다. 참 이상한 구조인 게 민간위탁이라면 장소나 집기 사무용품도 다 위탁해야 할 터인데 공단은 사무실, 책상, 컴퓨터, 전화기 하다못해 공기청정기까지 전부 제공하고 상담사만 하청업체 소속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상담사인 우리만 빼고 다 공단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는 상담사들의 생활임금 보장과 고용 불안정을 해결하고자 610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만 직영화가 되면 4대보험 고객센터의 직영화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정규직 직원들은 채용의 공정성을 이유로 사기업 정규직을 왜 공단에서 고용해야 하냐며 고객센터 직영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공단은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 700명을 업무 지원직으로 직접고용했습니다. 그때는 반대하지 않다가 유독 상담사만 반대를 합니다. 청소 경비는 본인들이 대체할 업무가 아니지만 상담사를 직접고용한다면 언제든 본인들 업무에 상담사가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까요? 그러나 이미 직영화된 다른 공공기관의 사례를 봐도 그런 일은 없으며 상담사가 직영화 되어도 우리의 업무는 상담에 국한될 겁니다.

     

    공단에서 상담사 1인당 도급단가로 측정한 금액이 인당 월 307만원입니다. 그러나 상담사의 임금은 2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하다못해 민간위탁업체의 중간착취만 중단해도 예산이 증가할 일도 없을 텐데 연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무분별한 정규직화 정부 정책 실패라는 프레임을 씌워 가짜 뉴스가 생산됩니다.

     

    물 마실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없습니다. 자세하게 상담하면 월급이 삭감되고 대충 빨리 많이 받으면 월급이 올라가는 이상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검진 문의를 하는 고객이지만 정보를 조회하다 보니 서류를 안내하면 보험료가 내려갈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 사람은 검진만 물어보니 검진만 안내하고 끊을까? 서류 안내하면 통화시간이 길어질 텐데 모른 척 넘어갈까?” 라는 유혹에 늘 맞닥뜨립니다. 그래도 결국엔 내 월급 차감되어도 마음 편한 게 낫지 싶어 통화시간이 길어져도 서류 안내를 하고 너무나 고마워하는 가입자를 보며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건강보험 외의 업무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코로나 확산 초기 긴급하게 모이라고 해서 1시간 교육을 해주더니 갑자기 질병관리청 전화를 받으라고 합니다. 짧은 교육시간으로 나의 잘못된 안내로 인해 한 사람의 생명이 잘못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 건강보험고객센터는 코로나 백신 예약 업무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 업무들이 과연 공공부문 영역의 업무인지 민간영역의 업무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대리석 바닥에서 파업 6일째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와 급여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언론은 인국공 사태운운하며 상담사들을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사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지금 6일째 동료들은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원주 본부 로비에서 이사장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연좌 농성 중입니다. 첫날은 건물 전체를 경찰차 벽으로 원천봉쇄하고 12시간 이상을 밥도 물도 약도 먹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경찰차 벽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고, 낮에는 에어컨을 끄고, 밤에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자는 사람들에게 에어컨을 켜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다른 공공기관도 아닌 이곳이 “5천만 국민의 건강지킴이라는 슬로건의 국민건강보험이 맞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떤 언론도 귀 기울이지 않더니 김용익 이사장이 오늘 단식을 시작하자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노동자의 단체 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임에도 김용익 이사장은 고객센터 파업을 풀라고 하며 단식에 들어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설립목적이 “....국민보건 및 사회보장을 증진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입니다. 공단은 공공기관으로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삶의 질도 살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사장님!!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을 위하는 길은 고객센터 직영화뿐입니다!!!


    ㅡ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장현경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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