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세상네트워크 2021. 4. 12. 19:22

나태주 

 

 

날이 개면 시장에 가리라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힘들여 페달을 밟으며

 

될수록 소로길을 찾아서
개울길을 따라서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들
새로 피어난 과꽃들 보며 가야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할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휘파람도 불 것이다

 

어느 집 담장 위엔가
넝쿨콩도 올라와 열렸네
석류도 바깥세상이 궁금한지
고개 내밀고 얼굴 붉혔네

 

시장에 가서는
아내가 부탁한 반찬거리를 사리라
생선도 사고 채소도 사 가지고 오리라. 

 

―나태주 시집 『멀리서 빈다』(시인생각,2013)